설정액이 3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펀드 ‘신영밸류고배당’이 최근 한 달 새 7.1%의 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국내 배당주펀드 평균 수익률(-6.66%)보다 부진한 성적이다. 한 달 전만 해도 국내 주식형펀드보다 약 15%포인트 높은 수익률(연초 이후 기준)을 기록했던 ‘우등생 펀드’가 갑자기 보통 수준의 성적을 내자 투자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높은 대형주 비중이 원인

20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영밸류고배당의 최근 한 달 수익률(대표 펀드, 20일 기준)은 -7.14%다. 같은 기간 배당주펀드 평균 수익률보다 나쁜 성과다.

이 펀드의 운용전략은 배당주에 주로 투자하면서 대형주와 중소형 가치주에서도 추가 수익을 얻는 것이다. 이 펀드는 작년부터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 수출주와 LG전자 우선주,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등의 주가가 싸다며 편입 비율을 높였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우선주들이 최대 150% 오르며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달 들어 대형주와 우선주가 동반 급락하며 수익률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보유한 우선주 중엔 이번달 10% 넘게 급락한 종목도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했고 대형주 위주로 투자했기 때문에 펀드 단기수익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룡펀드의 저주 없다”

허 부사장은 저평가됐다고 분석한 대형주와 우선주 매수 중심의 운용 전략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지금 같은 주식시장 분위기가 1~2개월 더 지속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며 “주가 폭락으로 살 주식이 많아졌고 우량 대형주와 우선주의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출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주펀드는 ‘금리+α’ 수준의 수익을 보고 최소 1~3년 장기투자해야 하는 상품”이라며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공룡펀드의 저주’라는 우려도 나온다. ‘설정액 증가→주식시장 변화에 느리게 대응→수익률 악화→환매→수익률 악화’로 이어지는 게 공룡펀드의 저주다. 신영밸류고배당 설정액은 2조8457억원으로 국내 펀드 중 가장 크다. 하반기 들어 1조원, 최근 한 달 동안에도 3173억원이 순유입됐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