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치사건으로 변질된 판교 사고
“모든 것은 정치적이다.”

독일의 소설가이자 사상가인 토마스 만이 한 이 말만큼 현재의 한국 사회를 제대로 표현한 말도 드물 것이다. 지난 17일 발생한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공연장 환풍구 추락사고는 발생 3일 만에 정치적 사건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에 이어 현 정부 들어 또 다른 대형 사고가 터졌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하고 나섰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20일 “청와대와 총리실, 당·정·청이 세월호 참사 이후 50회 이상의 안전 관련 대책 회의를 열었지만 대한민국의 안전은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안전시스템을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박 대통령의 말은 빈말이 됐다”고 했다. 전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이번 사고를 “세월호 참사 이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도돌이표 참사”라고 한 데 이어 원내대표까지 정부와 박 대통령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새정치연합 소속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소홀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안행위 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이 시장을 국정감사에 부르자고 요청했고, 안행위는 22일 경기도청 국감에서 이 시장으로부터 긴급 현안보고를 받기로 했다. 안행위는 이 시장이 22일 출석하지 않으면 27일 종합감사에 정식 증인으로 채택할 계획이다.

여야의 정치적 견해가 끼어들며 벌써부터 사건의 본질이 왜곡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들린다.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여야의 정쟁으로 온 나라가 갈등과 분열에 빠졌다. 야당은 6·4 지방선거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를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 여당 역시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유가족을 보듬기보다는 세월호 참사를 덮는 데만 급급했다.

여야는 세월호 참사 때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사고 원인을 밝히고 예방대책을 세우는 것보다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할까’라는 정치적 셈법이 난무하다. 판교 사고가 ‘제2의 세월호 참사’로 변질된다면 그 피해는 유가족과 국민의 몫이다.

이태훈 정치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