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용품 시장에서 1위 나이키를 따라잡기 위한 2위 아디다스와 3위 리복의 합병이 8년 만에 실패로 결론이 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홍콩의 사모펀드 진웰캐피털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정부와 관련된 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 아디다스가 보유한 리복 브랜드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실패로 끝난 아디다스+리복 '8년 동거'
컨소시엄은 리복 브랜드를 아디다스와 분리해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것이 훨씬 사업 전망이 밝다며 17억유로(약 22억달러)의 인수금액까지 아디다스에 제안했다. 아디다스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아디다스는 미국 시장에서 나이키를 따라잡기 위해 2006년 리복을 30억유로(약 38억달러)에 사들였다. 당시 스포츠의류와 운동화 시장에서 아디다스와 리복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0%와 8%였다. 두 회사를 합친 점유율은 35%인 나이키의 절반을 웃돌았다.

하지만 나이키 점유율은 8년 만인 올해 60%까지 치솟은 반면 아디다스는 6%, 리복은 1.8%로 쪼그라들었다.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서 나이키를 따라잡겠다는 아디다스의 승부수가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이다.

스포츠용품 전문조사업체 스포츠원소스의 매트 파웰 분석가는 “아디다스가 미국 시장에서 특화된 제품을 선보이는 대신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투입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아디다스는 합병 직후 골프용품 브랜드인 그레그노먼 컬렉션을 매각하는 등 리복사업을 오히려 축소했다. 리복은 미국 프로농구(NBA) 후원계약을 아디다스에 내줬고, 프로미식축구(NFL) 후원계약도 갱신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크게 위축됐다.

리복뿐 아니라 아디다스도 미국 핵심 시장인 농구화는 물론 러닝화와 캐주얼화 시장에서도 매출이 떨어지거나 정체됐다. 월드컵 대회 공식 후원사로서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했던 축구화에서조차 나이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나이키는 올해 브라질 월드컵 대회기간 중 선수들이 착용한 신발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아디다스 안방인 서유럽에서도 올해 나이키 매출은 25% 상승해 13%에 그친 아디다스와 대조를 이뤘다. 스케쳐스와 언더아머 등 신생 브랜드가 돌풍을 일으키며 시장을 잠식한 것도 아디다스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언더아머는 스포츠 의류 분야에서 점유율 16%로 1위 나이키(31%)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반면 나이키는 2007년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을 앞세운 스포츠 브랜드 조던을 출범시키며 시장 장악력을 높였다. 나이키 자회사 조던의 시장점유율은 14%로 46%인 나이키의 3분의 1에 육박하고 있다.

아디다스의 부진은 주가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올 들어 아디다스 주가는 40% 하락해 독일 대표 지수인 DAX30을 구성하는 30개 종목 중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반면 나이키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올해 11% 올랐다. 아디다스는 주가 하락을 만회하라는 주주들의 압력에 밀려 최근 15억유로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