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주식시장에서 석유·화학 업종의 낙폭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날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LG화학은 13% 넘게 떨어졌고, 이달 말께 성적표를 공개할 예정인 롯데케미칼도 6% 이상 밀렸다. 시장이 예상하던 수준의 실적을 내놓은 금호석유화학은 1.6% 상승했다.

투자업계에선 상당수 석유화학 업종의 3분기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4분기엔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료 가격을 뺀 것) 개선에 힘입어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SK증권은 통상적으로 비수기인 4분기에 석유화학 업체의 실적이 예상을 웃돌 것이라며 '비중확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 손지우 연구원은 "3분기는 급락한 납사(나프타) 가격 대비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염화비닐(PVC)을 중심으로 제품 가격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4분기엔 분기 대비 이익 증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연구원은 "현재 스프레드는 원재료의 1개월 래깅(결제지연)을 감안하더라도 증대되고 있다"며 "원화약세까지 반영되기 때문에 일부 화학업체는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호실적)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난 달 25일부터 전날까지 MKF2000기준 석유화학 업종 수익률은 총 62개 업종 가운데 59위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가장 큰 원인은 이 기간 동안 국제유가(WTI)가 13.7% 가량 급락했기 때문이다.

손 연구원은 그러나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에서 단기 하방 경직성을 확보했다"며 "제품 가격은 우려만큼의 급락이 없었기에 주가의 되돌림 또한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역사적 저점에 근접한 주가순자산비율(PBR)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 지표도 석유화학 업종의 단기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근거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단기상승여력이 높은 종목군으로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 등을 꼽을 수 있다"며 "특히 LG화학은 양호한 스프레드를 이어가고 있는 PP, PE, PVC 같은 종목군을 보유하고 있단 점에서 (3분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외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순수 화학의 대표업종으로서 기대감이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 금호석유는 에너지 사업부의 하방경직성을 바탕으로 합성고무 사업의 반등을 모색할 것이란 게 손 연구원의 판단이다.

이날 NH농협증권도 LG화학에 대해 더디지만 완만한 이익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환 연구원은 "4분기 큰 폭의 이익 개선은 어렵더라도 낮아진 원료가로 인해 이익 개선은 가능하다"며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보다 7% 가량 증가한 3842억원이 될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LG화학과 관련해 "경기 둔화에 따른 석유화학 부진으로 3분기 부진한 실적에 머물렀다"면서도 "실적과 주가 모두 바닥으로 4분기부터는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경기 여건을 감안해 내년 LG화학 이익을 수정한다며 목표주가는 35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내려잡았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