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첵', 난데없는 전기충격…잔인한 실험…지나친 상상력에 객석도 '비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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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독일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1813~1837)의 미완성 유작 ‘보이첵’은 현대 공연예술의 단골 메뉴다. 가난한 이발사 보이첵이 바람난 아내를 무참히 살해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사회구조적 폭력과 인간 소외의 문제를 통찰력 있게 담아낸 이 짧은 분량의 희곡은 수많은 공연예술가의 영감과 상상력을 자극했다. 연극은 물론 오페라 음악극 무용극 등 다양한 무대 공연으로 재창조됐다.
‘창작 뮤지컬계 대부’ 윤호진 에이콤 대표가 이 작품의 뮤지컬화에 세계 처음으로 도전했다. 사회비판적 사실주의 연극의 모범으로 꼽히는 작품이 상업적이고 대중적이고 감성적인 공연 장르인 뮤지컬로 어떻게 재탄생할 것인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세계 초연’ 중인 뮤지컬 ‘보이첵’은 지나치게 잔혹하고 감상적이다. 1막 후반부의 끔찍하고 잔인한 실험 장면은 관객을 불편하게 하고, 2막 후반부의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결말은 설득력이 약하다. 독창적인 무대와 안무, 서정적인 음악과 노래, 보이첵 역을 맡은 김다현의 열연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단선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와 원작과 동떨어진 주제의식 등은 아쉬움을 남긴다.
1막 중반까진 ‘명작 뮤지컬 탄생’을 기대하게 했다. 군인들의 발구르기 춤동작은 참신했고, 보이첵과 아내 마리의 미래를 암시하는 축제 장면엔 해학과 재치가 넘쳤다. 원작의 사실성과 멀어지는 중대장과 보이첵의 ‘면도 장면’부터 기대는 차츰 실망으로 바뀌었다. 원작에서 중대장은 당시 상류층의 허위적인 윤리의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여기선 보이첵을 더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 난 야비한 정신병자 같다.
보이첵에게 완두콩만 먹이는 생체실험을 하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이 두 ‘사이코’가 공모하는 실험 장면은 과도한 상상력의 발현이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고 비참해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원작에서 한참을 더 나갔다. 난데없는 전기 충격 실험이라도 빼야 한다. 일부 관객이 1막만 보고 극장을 떠나게 하는 책임의 상당 부분은 가학적이고 충격적인 실험 장면에 있다.
2막부터는 ‘감성 뮤지컬’로 탈바꿈한다. 보이첵의 살해 동기를 개인화해 낭만적으로 그린다. 보이첵과 마리 둘 다 너무 착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순정파다. 죽음을 예감하고 받아들이는 듯한 마리의 모습은 성녀 같다. 원작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원작에 누락된 결말을 어떻게 맺느냐는 무대예술가의 몫이지만 지나치게 미화되고 비현실적으로 끝나는 마무리는 공감하기 힘들다. 내달 8일까지. 4만~8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창작 뮤지컬계 대부’ 윤호진 에이콤 대표가 이 작품의 뮤지컬화에 세계 처음으로 도전했다. 사회비판적 사실주의 연극의 모범으로 꼽히는 작품이 상업적이고 대중적이고 감성적인 공연 장르인 뮤지컬로 어떻게 재탄생할 것인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세계 초연’ 중인 뮤지컬 ‘보이첵’은 지나치게 잔혹하고 감상적이다. 1막 후반부의 끔찍하고 잔인한 실험 장면은 관객을 불편하게 하고, 2막 후반부의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결말은 설득력이 약하다. 독창적인 무대와 안무, 서정적인 음악과 노래, 보이첵 역을 맡은 김다현의 열연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단선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와 원작과 동떨어진 주제의식 등은 아쉬움을 남긴다.
1막 중반까진 ‘명작 뮤지컬 탄생’을 기대하게 했다. 군인들의 발구르기 춤동작은 참신했고, 보이첵과 아내 마리의 미래를 암시하는 축제 장면엔 해학과 재치가 넘쳤다. 원작의 사실성과 멀어지는 중대장과 보이첵의 ‘면도 장면’부터 기대는 차츰 실망으로 바뀌었다. 원작에서 중대장은 당시 상류층의 허위적인 윤리의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여기선 보이첵을 더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 난 야비한 정신병자 같다.
보이첵에게 완두콩만 먹이는 생체실험을 하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이 두 ‘사이코’가 공모하는 실험 장면은 과도한 상상력의 발현이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고 비참해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원작에서 한참을 더 나갔다. 난데없는 전기 충격 실험이라도 빼야 한다. 일부 관객이 1막만 보고 극장을 떠나게 하는 책임의 상당 부분은 가학적이고 충격적인 실험 장면에 있다.
2막부터는 ‘감성 뮤지컬’로 탈바꿈한다. 보이첵의 살해 동기를 개인화해 낭만적으로 그린다. 보이첵과 마리 둘 다 너무 착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순정파다. 죽음을 예감하고 받아들이는 듯한 마리의 모습은 성녀 같다. 원작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원작에 누락된 결말을 어떻게 맺느냐는 무대예술가의 몫이지만 지나치게 미화되고 비현실적으로 끝나는 마무리는 공감하기 힘들다. 내달 8일까지. 4만~8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