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훈 법조팀 기자 hun@hankyung.com
앞서 지난해 겨울 수능 응시생들은 “세계지리 8번 문제에 오류가 있으니 해당 과목의 등급 결정을 취소하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비중이 큰 3점짜리 문제였고 이 문제를 틀려 등급이 내려간 수험생도 있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재판은 빨리 진행됐고 그해 12월 중순에 1심 선고가 나왔다. 당시는 대학 입시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법원이 바른 판단을 했으면 큰 무리 없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선례처럼 해당 문항을 전원 정답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고 2심이 바로 잡긴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수험생이 대학을 상대로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을 내도 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이길 수 없게 됐다. 민사 소송도 승소 가능성이 낮기는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를 틀린 수험생 1만8000명은 잘못된 문제 출제와 잘못된 판결로 인한 손해를 ‘독박’ 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잘못된 판결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생긴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하급심 판결에 승복하지 않는다고 시민들을 탓하기보다 왜 승복하지 않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이번 세계지리 문항 오류 소송 이슈를 대법원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양병훈 법조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