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중장년층에게는 어린 시절 유행가처럼 부르고 다녔던 추억이 아련히 남아있는 샘표간장의 CM송이다. 국내 최초의 TV광고 CM송이기도 하다. 1961년 가수 김상희씨가 부른 이래 지난 49년간 국민CM송으로 자리매김할 만큼 샘표간장의 CM송은 우리 귀에 익숙하다. 샘표식품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충무로에서 창업했다. '샘물처럼 솟아라'라는 의미의 '샘표' 상표는 현존하는 국내 상표 중 가장 오래된 상표로 공인되고 있다. 샘표간장의 매출은 꾸준히 늘면서 6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간장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간장은 집에서 담가먹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던 시절. 샘표간장은 이런 패러다임을 사 먹는 간장으로 바꾸게 한 대표적인 제품이었다. 비싼 사치품은 아니더라도 풍요롭고 세련된 도시 가정의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부엌에는 샘표간장이 필수품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산업화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음식의 필수조미료인 간장을 담아 먹기 힘들게 되면서 샘표간장은 날개 돋힌 듯 팔리기 시작했다.
"슈퍼에 가서 진간장 사와라!"
어린 시절 어머니 심부름을 할 때, 한번쯤 들어봤던 말씀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판 간장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는 '진간장'은 샘표의 대표 제품인 '샘표 진간장'의 브랜드명에서 유래했다. 진간장이라는 브랜드명은 옛 선조들이 간장의 종류를 지칭하던 말 하나인 '진장'에서 힌트를 얻어 진한 맛, 정직하고 진실된 제품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샘표 진간장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진간장'이 시판 간장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였으며 현재는 다른 대부분의 경쟁 업체들도 '진간장'이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하고 있다.
간장에 열을 가하면 대체로 어느 정도 맛이 변하지만 진간장은 아미노산 공법이라는 특화된 공법을 사용해 시간적, 영양학적 손실을 최소화해 감칠맛이 뛰어나고 열을 가해도 맛이 잘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간장게장처럼 간장을 끓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진간장을 이용한다. 진간장은 주로 끓이거나 볶는 요리법이 많은 한국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샘표의 넘버원 제품은 바로 1989년 개발해 출시한 '샘표 양조간장 501'이다. 당시 샘표는 일본 간장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에 맞서기 위해 순수 국내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출시 초기 일본 간장과의 품평회에서 일본 간장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데다 일본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맛 평가에서도 일본 기꼬만보다 좋은 점수를 받아 일본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 제품이 출시된 이후 일본 간장기술자들이 제조기술을 배우기 위해 샘표를 찾기도 했다. 기술의 역수출이 이뤄진 것이다.
'샘표 양조간장 501'이 오랜기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춘 맛과 향의 차별화이다. 탈지대두와통밀을 6개월간의 발효숙성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향긋한 향내와 감칠맛이 도는 양조간장 501이 탄생하게 된다.
양조간장은 장기간 발효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맛과 향이 매우 풍부하다. 감칠맛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수백 가지에 달하는 깊고 풍부한 향이 특색인 양조간장은 열에 의해 향이 변질되기 쉬우므로, 생(生) 요리에 주로 쓴다. 생선회, 부침요리 등을 찍어먹는 소스, 무침, 간장 드레싱에 사용하면 좋다. 탈지대두와 소맥을 이용하는 일본식 간장 제조 방식으로 만들어 왜간장이라고 불리는 진간장, 양조간장과는 달리 100% 콩만을 이용하는 한국 전통 제조 방식으로 만드는 간장을 조선간장이라고 한다. 조선간장의 특징은 염도가 높고, 색깔이 엷어 음식 본래의 색을 유지하면서 간을 맞출 수 있게 해준다.
샘표는 지난 2001년 최초로 한국 전통간장을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하고 '샘표 맑은 조선간장'을 시장에 내놨다. 콩과 천일염, 맑은 물로만 만든 조선간장은 깔끔하고 담백한 맛으로 한국 맛의 맥락을 잇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조선간장은 밀을 섞어 단맛을 내는 왜간장(양조간장)과 달리 발효 과정이 까다롭고 단맛이나 감칠맛, 구수한 맛 등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샘표는 2001년 조선간장을 국내에 처음 시판하기까지 5년여를 연구·개발에 힘썼다.
조선간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두'의 연구·개발에도 그만큼의 품이 들었다. 연두는 한식간장의 발효기술이 집약돼 만든 새로운 맛내기이다. 전통 조미료인 한식간장의 맛내는 기술을 현대에 맞게 재창조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자기 맛을 내기 보다는 재료의 맛을 살리고, 요리 본연의 맛을 살려주는 한식간장의 콩 발효의 기술이 담겨있다.
이 외에도 샘표는 콩, 밀을 원료로 만든 진간장과 양조간장을 비롯해 염도를 낮춘 저염간장, 참숯으로 걸러 맛이 부드러운 참숯간장, 다양한 향신료를 넣은 향신간장, 국물요리에 기본으로 사용되는 국시장국 등 30여가지가 넘는 다양한 간장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간장을 기본 베이스로 한 다양한 한식양념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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