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朴대통령과 싸울 생각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사진)는 22일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갈등설이 제기되는 데 대해 “지금 대통령과 나를 싸움 붙이려고 난리인데 절대 싸울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보수혁신위원회 회의장에 예고 없이 방문해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당·정·청이 한몸으로 협조해 나가야 할 일이고 공무원 연금개혁은 선거를 생각하면 아예 우리(여당)는 (추진할) 생각도 못할 일”이라며 “이것 때문에 선거에 큰 지장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을 하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생각으로 당·정·청 회의에서 의기투합해 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선거에 큰 손해를 볼 각오를 하고 지금 시작을 했으니,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중 개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김 대표는 “최근 제가 중국 여행이 끝나는 날 경계심이 무너져 말 한마디를 잘못해서 본의 아니게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 전혀 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정말 억울하다”고 했다.

이어 “내 실수이기 때문에 인정하고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나는 ‘어’라고 이야기했는데 ‘아’ 이렇게 보도가 나왔다. 주워담을 수도 없고…”라고 거듭 해명했다.

이 같은 언급은 ‘상하이 개헌’과 공무원연금 개혁 시기 등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이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쳐지고 갈등설이 커지는 데 따른 부담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김 대표가 비주류 중심의 당내 지도체제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청와대를 상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마저 나오자 진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1일 김 대표의 ‘이원집정부제 개헌’ 발언에 대해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정면 반박하면서 당·청 관계가 긴장국면에 들어갔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들이 청와대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연내 처리’ 방침에 동조하는지 묻자 “공무원연금 개혁을 꼭 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다들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데, 하는 게 중요하지 그 시기가 중요하냐”며 “왜 그것 때문에 자꾸 나와 청와대를 싸움 붙이려고 그러느냐”고 불만을 표했다. 김 대표는 21일에도 청와대의 연내 처리 방침에 대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는 뜻을 밝혀 청와대와의 갈등설이 확산됐다.

김 대표는 회의 공개 발언에선 “공무원연금은 더 이상 현 제도의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러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라며 “박봉과 어려움 속에서 조국 근대화의 주역으로 일해온 우리의 전·현직 공무원들이 다시 한번 애국적인 관점에서 연금 개혁에 뜻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렇지만 청와대와 김 대표 사이의 긴장 관계는 불가피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에 ‘김무성 색깔’을 입혀가는 과정에서 친박주류 및 청와대와 대립이 불가피할 상황이었는데, 다만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졌다는 관측이 많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