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도 원금과 연 1% 정도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코스피지수가 일정 수준 박스권에 갇히면 추가 수익을 주는 ‘녹아웃콜 파생결합사채(ELB)’가 인기몰이 중이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1900포인트 초반까지 미끄러지면서 ‘향후 박스권을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정기예금 금리 1% 후반의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안정된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원금+1% 수익' 무조건 보장…박스피 베팅하는 ELB 인기몰이
○최소 1%, 최대 17% 수익률 가능

하이투자증권이 지난 16일 선보인 녹아웃콜 ELB인 ‘ELB117호’는 49억6000만원어치가 팔렸다. 청약률 99%로 일반적인 청약률 50%를 크게 웃돌았다.

이 상품은 코스피지수가 1년6개월 뒤인 만기 때 최초 판매시점보다 떨어지지 않되 상승률이 20%를 넘지 않을 경우 코스피지수 상승률에 0.8을 곱하고 1%포인트를 더해 수익률을 확정하는 상품이다. 만기일에 코스피지수가 판매 시점 대비 15% 오른 상태로 마감했다면 12%(15%×0.8)에 기본 수익률인 1%포인트를 더한 13%의 수익률로 상환된다.

단 만기 때까지 코스피지수가 판매 시점의 120% 이상 수준에 도달한 경우가 한 번이라도 있으면 원금과 1%의 수익만 준다. 만기일 코스피지수가 판매 시점보다 낮거나 같아도 수익률은 1%가 된다. 이달 들어 청약률 99%를 기록한 KB투자증권의 ELB95, ELB93도 기본 수익률 1.5%에 코스피지수가 만기 때까지 일정 수준의 박스권에 갇힐 경우 수익률이 높아지는 녹아웃콜 ELB다.

○초저금리시대 대안 상품으로 주목

녹아웃콜 ELB는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혀야 수익률이 높아지는 상품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7~9월엔 인기가 없었다. 코스피지수가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배당 확대 기대 등으로 2100포인트 넘게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달 중순 들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재부각되고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떠나면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 강남지점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코스피지수가 다시 1900대 초반으로 내려오면서 박스권을 쉽게 돌파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박스권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ELB를 분산 투자 차원에서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원금이 보장되고 1% 정도의 기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만기도 1년~1년 반으로 보통 3년 만기인 일반 ELB보다 짧다. 이 때문에 연 1%대 후반 금리를 주는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넣는 것보다 차라리 안정성을 갖춘 상태에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녹아웃콜 ELB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이투자증권 장외파생팀 관계자는 “초저금리시대가 되면서 원금이 보장되고 기본 수익률을 준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의 돈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