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셋값에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도 ‘고공비행’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올 3분기까지 전세자금 대출액이 이미 지난해 전체 증가액을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자금 대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가계대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전세대출 급증…올들어 3조3800억 ↑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은행계정) 잔액은 지난 9월 말 현재 15조656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3879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증가액인 3조2000억원을 3분기 만에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2012년의 전년 대비 증가액은 2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말보다 1조3247억원 늘어 가장 많이 증가했고 우리은행이 같은 기간 1조459억원 늘었다. 국민은행의 증가폭은 8983억원이었고 하나은행은 792억원, 농협은 398억원 늘었다.

전세자금 대출이 이처럼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은 주택 수요자들이 매매로 돌아서기보다는 전세시장에 아직 머물고 있는 반면 전세 물건은 계속 줄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무주택자들이 생애 첫 집을 마련하는 경우와 일부 지역의 신규분양을 제외하고는 주택시장이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며 “전세 공급은 줄어드는데 수요는 늘어나는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계대출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세대출 증가폭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수요를 매매로 전환한다는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 구입이 아닌 생활비로 쓰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가구가 많고, 전세는 전세대로 대출이 늘고 있다”며 “그만큼 가계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어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