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햄버거, 안 먹어"…맥도날드 3분기 순익 30% 급감 '쇼크'
반세기 넘게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군림해온 ‘햄버거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는 21일(현지시간) 최악의 성적표를 발표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정크푸드 소비가 급감한 데다 중국산 불량고기 파동, 달러 강세까지 겹친 탓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맥도날드, KFC, 버거킹, 웬디스, 소닉 등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업체 매출이 모두 악화일로”라며 “황금기를 지난 ‘피크 버거(포화 상태)’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맥도날드의 3분기 순이익은 10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매출도 4.6% 줄었다. 미국 매출이 4개 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안방에서 외면당한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1955년 설립된 맥도날드는 1983년부터 무섭게 성장했다. 해마다 평균 360개 신규 매장이 미국에서 문을 열었다. 2000년 들어 브라질,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 적극 확장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고속 질주를 거듭했다. 2001~2011년 매출은 약 두 배, 이익은 세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미국 밀레니엄 세대(1980~2000년생)를 비롯한 젊은 세대가 값싼 버거와 감자튀김 대신 저칼로리 건강식으로 눈을 돌리면서 패스트푸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지난해 패스트푸드 체인의 성장률은 전년(4%)보다 크게 떨어진 1.1%에 그쳤다. 웬디스는 지난해 400개 매장을 매각했다. KFC와 타코벨을 보유한 염브랜즈는 2012년 468개 매장을 폐쇄한 데 이어 지난해 214개 매장을 추가로 닫았다. 맥도날드도 올해 200개 매장을 처분했다.

중국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를 재료로 쓴 ‘불량고기 스캔들’이 터지면서 아시아·태평양, 중동, 아프리카 지역 매출은 9.9% 감소했다. 일본에선 2001년 상장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불량고기 쇼크는 러시아 매장 폐쇄로도 이어지고 있다.

햄버거와 단짝인 콜라도 ‘비만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날 발표된 코카콜라의 3분기 순이익은 21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줄었다. 주가는 전일 대비 6.03% 폭락, 6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