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22일 경기 광명역 인근에 있는 모뉴엘 사무실에 박홍석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출근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박 대표가 국내에 있는지, 해외로 나갔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며칠째 행방이 묘연한 최고위층과 달리 대부분 직원은 정상 출근했다.

한 모뉴엘 직원은 “아침에 출근해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원 대부분이 충격에 휩싸였다”며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금난 배경으로 가공매출 의혹까지 제기되자 직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모뉴엘의 매출 중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웃돈다. 현금흐름이 없는 가운데 매출이 급증한 것은 해외 수입상과 짜고 가공매출을 일으켰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에 경영진이 잠적한 상황에서 각종 의혹이 증폭되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모뉴엘과 자회사인 잘만테크에서 회사 사정을 설명해줄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모뉴엘과 자회사인 잘만테크가 선적서류 조작 등의 방법으로 가공매출을 일으켰다는 제보를 받고 감리를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조사과정에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단시일 내 1조원 매출을 거둘 정도로 급성장한 혁신 가전업체의 신화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된다.

모뉴엘은 수년 전부터 북미소비자가전쇼(CES)와 유럽가전전시회(IFA)에 대형 단독 부스를 차리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독특한 콘셉트의 제품을 선보여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물걸레가 달린 로봇청소기 ‘클링클링’이나 청각 장애인을 위한 아기 돌보미 ‘배블’, 제빵기기 등 독특한 제품을 연이어 내놨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2007년 CES에서 “모뉴엘을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윤선/정지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