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미국식 양적 완화 카드' 꺼내나…"유로존 기존 부양책 효과 없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르면 12월 회사채 매입 결정할 듯
드라기도 추가부양 가능성 열어
자산거품 우려한 독일 반대 관건
드라기도 추가부양 가능성 열어
자산거품 우려한 독일 반대 관건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을 살리기 위해 회사채 매입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마저 성장세가 꺾이는 등 ECB가 발표한 경기 부양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플랜B(차선책)’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ECB가 유로존 경기 부양을 위해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미국식 양적 완화’를 도입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ECB의 회사채 매입이 이뤄지면 이달 말로 예정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 완화 종료와 맞물려 유로화 가치 하락 압력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12월 회사채 매입 전망 ‘솔솔’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익명의 ECB 관계자 발언을 인용, ECB가 회사채 매입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취약한 유로존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추가적인 통화 공급이 필요할 경우 좀 더 공격적인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ECB가 새 카드를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구체적 시기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르면 오는 12월 ECB가 회사채 매입 결정을 내린 뒤 내년 초부터 매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ECB는 올 들어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시중 유동성 공급을 통한 부양책을 내놨다. 6월에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저리의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시행을 발표했고, 9월에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05%로 0.1%포인트 낮추면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커버드본드(금융회사가 보유한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 매입 계획을 밝혔다. 지난 20일부터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금융권의 커버드본드 매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금융회사를 통한 유동성 공급이라는 한계가 있다. ECB가 은행에 돈을 풀어도 기업으로까지 효과가 파급되지 못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처음 시행된 TLTRO를 통한 은행들의 대출 규모는 시장 예상을 한참 밑돈 830억유로(약 110조7800억원)에 그쳤다.
두 차례의 경기 부양책에도 유로존 지표는 계속 나빠졌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ECB 목표인 2%를 크게 밑돈 0.3% 수준에 머물렀다. 주요 국가들의 지난 2분기 성장률은 1분기 제로(0)성장에 이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침체된 유로존 경기를 되살리려면 좀 더 공격적인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이달 초 “필요하다면 시장 개입 규모와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며 양적 완화 확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독일 반대로 실행은 미지수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은 유로존의 회사채 시장 규모를 1조4000억유로로 추산했다. JP모간은 ECB가 연간 500억유로어치 회사채를 사들일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시장은 ECB의 회사채 매입 가능성에 환호했다. 이날 영국 독일 프랑스 증시 모두 2% 가까이 뛰었다.
ECB는 미국이나 영국, 일본의 중앙은행처럼 국채를 사들이는 전면적인 양적 완화를 시행하기 어렵다.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국채를 매입하게 되면 ECB 지분율에 따라 각 국가의 국채를 매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분율이 높은 독일과 프랑스 국채 매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로존 전반의 경기를 되살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 국채가 아닌 회사채 매입은 자금 수요자인 기업들에 직접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독일의 반대가 가장 큰 변수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는 새로운 자산가격 거품을 만들 수 있다”며 양적 완화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사매니지먼트 회장은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 국면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ECB가 경기를 띄우려고 더 많은 돈을 풀 것”이라며 “지금은 유로화를 팔 때”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익명의 ECB 관계자 발언을 인용, ECB가 회사채 매입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취약한 유로존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추가적인 통화 공급이 필요할 경우 좀 더 공격적인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ECB가 새 카드를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구체적 시기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르면 오는 12월 ECB가 회사채 매입 결정을 내린 뒤 내년 초부터 매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ECB는 올 들어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시중 유동성 공급을 통한 부양책을 내놨다. 6월에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저리의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시행을 발표했고, 9월에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05%로 0.1%포인트 낮추면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커버드본드(금융회사가 보유한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 매입 계획을 밝혔다. 지난 20일부터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금융권의 커버드본드 매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금융회사를 통한 유동성 공급이라는 한계가 있다. ECB가 은행에 돈을 풀어도 기업으로까지 효과가 파급되지 못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처음 시행된 TLTRO를 통한 은행들의 대출 규모는 시장 예상을 한참 밑돈 830억유로(약 110조7800억원)에 그쳤다.
두 차례의 경기 부양책에도 유로존 지표는 계속 나빠졌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ECB 목표인 2%를 크게 밑돈 0.3% 수준에 머물렀다. 주요 국가들의 지난 2분기 성장률은 1분기 제로(0)성장에 이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침체된 유로존 경기를 되살리려면 좀 더 공격적인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이달 초 “필요하다면 시장 개입 규모와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며 양적 완화 확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독일 반대로 실행은 미지수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은 유로존의 회사채 시장 규모를 1조4000억유로로 추산했다. JP모간은 ECB가 연간 500억유로어치 회사채를 사들일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시장은 ECB의 회사채 매입 가능성에 환호했다. 이날 영국 독일 프랑스 증시 모두 2% 가까이 뛰었다.
ECB는 미국이나 영국, 일본의 중앙은행처럼 국채를 사들이는 전면적인 양적 완화를 시행하기 어렵다.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국채를 매입하게 되면 ECB 지분율에 따라 각 국가의 국채를 매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분율이 높은 독일과 프랑스 국채 매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로존 전반의 경기를 되살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 국채가 아닌 회사채 매입은 자금 수요자인 기업들에 직접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독일의 반대가 가장 큰 변수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는 새로운 자산가격 거품을 만들 수 있다”며 양적 완화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사매니지먼트 회장은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 국면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ECB가 경기를 띄우려고 더 많은 돈을 풀 것”이라며 “지금은 유로화를 팔 때”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