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에 윤종규] 商高…야간大…회계사…KB 임원 두차례…입지전적 금융맨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금융권의 대표적 ‘상고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입지전적’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광주상고를 나온 그는 1973년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은행에 다니면서 성균관대 경영학과(야간)를 졸업했다. 제25회 행정고시에도 2차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하지만 학내 시위를 주도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최종 임용에서 탈락했다. 공인회계사로 방향을 전환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에 들어가서는 능력을 인정받아 부대표 자리까지 수직 승진했다. 업무 추진 능력이 남다른데다 주변 사람과의 화합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 덕분이었다.

국민은행과의 인연은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시절 회계컨설팅을 맡은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그를 눈여겨본 김정태 통합 국민은행장이 취임 후 2002년 3월 첫 임원인사에서 그를 국민은행 재무·전략기획본부장(최고재무책임자·CFO)으로 영입했다.

당시 김 행장은 윤 내정자를 데려오기 위해 다른 부행장을 모두 임명한 뒤 CFO 자리만 비워 놓고 있었다는 뒷얘기를 남겼다. 영입이 최종 결정되자 김 행장은 인사 보도자료를 내 ‘상고 출신 천재’라는 문구를 넣도록 직접 지시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외부 출신이면서도 국민은행 내부 조직원들의 신망도 두터웠다. 당시 국민은행 임원을 지낸 한 사람은 “통합 국민은행이 출범하면서 속칭 ‘1채널’로 불리는 국민은행 출신과 ‘2채널’로 분류된 주택은행 출신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이었음에도 양쪽 출신 모두에게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유력한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의 금융권 생활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4년 9월 감독당국으로부터 KB국민카드 합병 회계 처리와 관련,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뒤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자진사퇴했다. 김 행장이 같은 사안으로 ‘문책경고’를 받고 사퇴하자 함께 물러난 것이다.

윤 내정자가 KB금융으로 복귀한 것은 6년여 만인 2010년이다. 당시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있던 윤 내정자를 지주사 부사장으로 영입해 CFO를 맡겼다. 이때도 그의 중재 능력과 전략가로서의 면모가 빛났다는 평이다.

훗날 KB금융 회장에 오른 당시 임영록 KB금융 사장이 어 전 회장과 극심한 갈등을 겪는 중에도 임 사장과의 관계를 원만히 이끌어 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윤 내정자는 외환은행 재직 당시 만난 부인과 1남1녀를 두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