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한국형 가치투자 펀드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주가수익비율(PER) 등이 낮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치주펀드는 연초 이후 2조3000억원이 순유입되며, 설정액 기준 10조원을 돌파했다.

22일 오온수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 가치투자의 원칙을 지켜가며 장기 운용성과를 보유한 대표적인 주식형 펀드로 '한국밸류10년' 펀드와 '신영마라톤' 펀드를 제시했다.

한국밸류10년 펀드는 2006년 4월에 설정된 펀드로 지금은 순자산이 1조5000억원을 넘는 대형펀드로 성장했다. 3년 성과는 66.0%로 최상위권을 기록중이다.

신영마라톤 펀드는 2002년 4월 만들어져 역사가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꾸준한 관심 속에 9000억원대 펀드로 성장함. 장기성과도 양호해서 3년 수익률은 33.7%다.

오 애널리스트는 두 펀드의 특징으로 장기적인 운용철학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가치투자라는 것은 본래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성과를 내는 것이 기본 골격"이라며 "모멘텀 투자에 비해 투자기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 펀드의 PER, 주당순자산비율(PBR) 지표는 시장평균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을 뿐 아니라 매니저 교체가 적고 매매회전율 역시 업계 평균 대비 낮았다.

펀드 내 종목 교체의 빈도를 나타내는 매매회전율은 국내 운용사 평균 232%지만,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135.4%, 신영자산운용은 73.2%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는 이들 펀드들도 회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는 "가치주 펀드라고 무조건 바이앤홀드(매수 후 보유) 전략을 펴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운용 초기 정보기술(IT) 비중이 낮고 유틸리티, 소재, 필수소비재 업종 등이 비중확대되었지만, 최근에는 IT, 경기소비재 비중을 늘린 것이 확인됐다.

주요 종목별 변화를 보면 한국전력, KT, 남양유업 등 대표적인 자산주, 배당주 비중이 낮아진 반면, 최근 들어서는 IT 대장주, 경기민감 업체들에도 관심을 보이며 가격 매력이 발생한 대형주 중심으로 편입이 이뤄졌다.

신영마라톤 펀드의 경우 대형주 비중이 60%, 중소형주 비중이 40%로 큰 틀에서 투자 비중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형주 비중이 59.3%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