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음악의 아버지는 강한 남자였다
“중학교 음악교실에서 처음 본 바흐는 서늘했다. 허연 가발을 쓴 그는 화난 베토벤, 총기 넘치는 모차르트, 인자한 하이든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헨델과 비슷했지만 눈빛이 달랐다. 쏘는 듯 강하고 차가운 느낌이었다. 마주 보면 속마음을 들킬 것 같았다.”

바흐에겐 ‘음악의 아버지’란 거창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의 저자는 바흐의 첫인상을 ‘강하고 차가운 느낌’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바흐는 고집불통에 다혈질이었고, 남에게 지기 싫어했다. 바흐는 18세 때 아른슈타트에서 오르가니스트로 전문 음악가의 삶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악기 주자 가이어스바흐란 파곳 연주자와 시장 광장에서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바흐에게 ‘얼간이’라고 모욕당한 가이어스바흐가 분을 참지 못했던 것이다.

책은 바흐의 일생을 따라 독일 곳곳을 누빈 기행문이다. 이야기는 고향 아이제나흐를 시작으로 튀링겐, 쾨텐, 드레스덴 등을 거쳐 무덤이 있는 라이프치히까지 이어진다. 바흐의 삶과 현재 도시들의 모습이 중첩된다.

저자는 바흐가 아내 마리아 바르바라가 세상을 떠난 뒤 만든 바이올린과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 1번 1악장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으로 꼽는다. “어두운 방구석에서 소리 죽여 곡을 하는 중년의 사내가 떠오른다”고 말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