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에 이런 말이 있다. “제대로 된 B급 정서를 보여주려면 실력은 S급이라야 한다”.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황혼에서 새벽까지’나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같은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공식을 비틀고, 유쾌하면서 때론 엽기적인 ‘B급의 탈을 쓴 S급’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엘리트 무용수가 진지한 춤의 향연을 펼칠 것 같은 현대무용판에도 이런 작품이 있다. 수영모를 뒤집어쓰고 녹색 양말에 번쩍이는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기괴한 차림의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현대무용수라면 으레 할 줄 아는 기본동작만으로 박수갈채를 받는가 하면, 춤이라기보단 ‘몸짓’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빠질 때쯤 2000년대 대중가요 박지윤의 ‘바래진 기억에’가 흘러나와 관객들은 당황하기 일쑤다.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대표 레퍼토리 ‘바디콘서트’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9일까지 12일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15주년 기념 기획공연을 펼쳤다. 1000석 극장에서 R석 푯값만 10만원인 15회 장기공연이다. 가장 척박한 예술이라는 현대무용에서 보기 드문 무모한 도전. “그냥 딴따라의 쇼”라고 말하는 이들은 정작 별생각 없이 “15주년이라 15회 해보기로 했다”고 말할 뿐이다. 장정의 막바지인 지난 8일 공연에서 이들을 직접 만났다.▶▶[관련 인터뷰]"화성에서 로봇과 춤추고 싶어요" … 안무가 김보람의 도전춤의 자유는 고통의 몸짓에서춤은 가장 자유로운 예술로 여겨진다. 미술이나 문학, 영화처럼 매개체가 필요한 다른 예술 장르
1형 당뇨병 환자의 자살 위험이 암 환자보다 1.8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뇨를 앓지 않는 사람과 비교하면 2배 가량 높았다. 1형 당뇨병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줄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삼성서울병원은 김재현·김규리 내분비대사내과 교수팀이 2006~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내과학저널 최신호에 실렸다.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 혈당 조절 능력을 상실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치료 과정이 고되고 환자의 심리적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연구팀은 2009~2015년 1형 당뇨병 진단을 받고 1년 안에 인슐린 처방을 3회 이상, 1~2년 안에 추가 인슐린 처방 기록이 있는 4만5944명의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그 결과 추적관찰 기간 중 자살로 사망하거나 자살 시도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1형 당뇨병 환자 그룹에서 10만인년당 252.89건, 암 환자에서 141.44건이었다. 당뇨병이 없는 그룹에선 129.6건으로 집계됐다.1형 당뇨병이 미친 악영향을 정교하게 측정하기 위해 연구팀은 연령과 성별, 소득수준, 거주지는 물론 우울증이나 심혈관질환, 만성 폐·신장질환, 당뇨 합병증 등의 위험 요인을 보정해 상대 위험도를 산출했다.이를 통해 1형 당뇨병 환자는 자살을 시도해 입원하거나 실제 사망에 이르는 위험이 일반 인구보다 2배 높다고 결론 내렸다. 암 환자보다는 1.8배 높았다. 암은 국내 사망원인 1위다. 암 환자도 스트레스에 빈번하게 노출되지만 치료법이 많이 개발돼 생존율이 많이 높아지는 추세다.1형 당뇨병은 완치를 위한 근본 치
체내 골격근량이 많고 내장 지방이 적을수록 폐활량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서울아산병원은 정영주·김홍규 건강의학과 교수팀이 성인 1만5000여명의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폐활량 수치를 분석한 결과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학회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흉부의사협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체스트(Chest)' 최신호에 실렸다.나이 들어 근육이 줄고 내장지방이 늘면 고혈압 당뇨병 등 여러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연구팀은 2012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검진 받은 성인 1만 5827명(남성 9237명, 여성 6590명)의 복부 CT 영상과 폐활량 검사 결과를 분석했다.이를 통해 근육량이 적고 내장지방이 많은 '근감소성 비만'인 사람은 근육량이 많고 내장지방이 적은 건강한 사람보다 폐기능 저하 위험이 4배 이상 높았다는 것을 확인했다.성별로 보면 남성은 근감소성 비만 그룹의 폐기능 저하율은 19.1%로, 근육량이 많고 내장지방이 적은 그룹 4.4%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여성은 각각 9.7%, 3.1%로 근감소성 비만 그룹의 폐기능 저하율이 3배 이상 높았다.연구진은 연구에서 한국인의 표준화된 폐활량 수치 대비 80% 미만인 사람을 폐기능 저하로 평가했다. 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금연뿐 아니라 근육, 내장지방 등 체성분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정영주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는 "폐 기능 향상을 위해선 내장지방을 줄이면서 지방이 적은 건강한 근육을 늘려야 한다"며 "개개인의 신체구성에 맞는 적절한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