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이동통신 30년, 불편한 진실
한국 이동통신 30년을 ‘기술의 진화’ 관점에서 보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세계 최초 CDMA 상용화에서 세계 최초 LTE-A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눈부실 정도다. 그러나 ‘시장 자유화’라는 관점에 서면 적지 않은 불편한 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정인석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한국산업조직학회에서 발표한 ‘이동전화 시장자유화와 규제’라는 워킹 페이퍼에 따르면 단통법은 전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그저 정부가 늘 해 왔던 구태에 불과하다.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 국내 이동통신 시장구조는 독점에서 복점, 그리고 5사 경쟁으로 갔다가 인수합병(M&A)으로 4사 경쟁에 이어 지금의 3사 경쟁으로 바뀌어 왔다. 얼핏 보면 역동적 변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실은 ‘통제하의 경쟁’이었다는 게 정 교수 주장이다.

달콤했던 ‘유효경쟁’

사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이른바 ‘유효경쟁’도 그런 것이었다. 말만 근사했지 정부의 통신 3사 경쟁관리였다. ‘3사 경쟁체제가 절대 붕괴돼선 안 된다’는 지상과제는 ‘경쟁’이 아니라 ‘경쟁자’ 보호정책으로 구체화됐다. 선발자의 우위 대비 후발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온갖 ‘비대칭 규제’가 쏟아졌다. 요금인가제도 그렇게 정당화됐다. 보조금 규제 역시 3사 체제 유지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유효경쟁의 결과는 물어보나 마나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통신 3사 시장점유율은 5 대 3 대 2 구도에서 달라진 게 없다. 실질적 경쟁이 억제됐다는 결정적 증거다. 이게 문제의 본질이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들고 나와도, 과징금에 영업정지를 때려도 통신 3사가 군소리 없이 따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종의 묵계라면 묵계다.

요금인가제가 문제라지만 정부 스스로 요금경쟁을 억제할 목적으로 도입한 장치인데 어떻게 없애겠나. 그렇다면 왜 통신비 인하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냐고? 요금이 언제 경쟁으로 인하된 적이 있던가. 결정권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있다. 요금 인하는 정부가 정치권, 사업자, 시민단체 등과 적당히 타협해 내놓는 선물이었다.

‘가면놀이’ 통신정책

제4통신 신규 진입이 번번이 좌절된 것도 지금의 3사 체제가 흔들려선 안 되기 때문이다. 단통법 역시 정부가 그동안 해 왔던 보조금 규제의 집대성과 다름없다. 단통법을 폐지하라지만 정부가 포기할 리 없다. 경쟁을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진짜 의도를 모르는 소비자만 엉뚱한 기대를 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단통법 덕분에 소비자들이 문제의 본질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요금, 보조금 같은 것은 시장의 일반경쟁에 맡기라고 주문한다. 사업자에 포획된 미래부의 소매 규제권한을 아예 공정거래위원회에 넘기라는 얘기다. 미래부는 당장 통신시장 특수성을 들먹이며 시장 실패 운운하겠지만 설득력이 없다. 단 한 번도 시장에 맡겨 본 적이 없는데 무슨 시장 실패란 말인가. 차라리 창조경제를 내걸지나 말지, 통신정책은 과거 프레임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정부가 5세대 통신을 선점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시장 자유화와 따로 노는 새로운 기술에 더는 응원을 보낼 것 같지 않다. 위선의 가면놀이를 그만둘 때도 됐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