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국내銀 절반 이상, PEF 투자 성적표 '마이너스'
마켓인사이트 10월23일 오후 3시 9분

국내 은행 중 절반 이상이 사모펀드(PEF) 투자로 원금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성과가 특히 저조했다.

금융감독원이 국내 은행들을 전수 조사해 작성한 ‘국내은행의 PEF 지분 투자 및 인수금융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투자금과 대출을 합친 PEF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는 9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외 PEF에 4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PEF의 기업 인수를 위해 대준 대출(인수금융)은 5조5000억원이다.

조사대상 은행 13곳 중 7곳이 손실을 입고 있다. 이들 은행의 손실액은 총 1조원이 넘는다. 국책은행들의 손실이 많았다. 전체 원금 손실의 97%는 산업은행 것이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010년 금호아시아나 구조조정 때 정치 논리에 떠밀려 대우건설, KDB생명을 사들인 게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며 “이를 제외하고 청산된 펀드의 수익률(IRR)은 1호 펀드(2753억원) 8.0%, 2호 펀드(3333억원) 17.7%, 3호 펀드(868억원) 5.1% 등으로 업계 선두권”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은 투자한 보고펀드가 LG실트론 투자로 손해를 봄에 따라 수익률을 까먹었다.

농협은 지금껏 1089억원의 수익을 거둬 가장 성적이 좋았다. 지난해 오비맥주를 매각해 4조원의 차익을 거둔 KKR 펀드에 200억원을 투자했고, 자체 조성한 NHSG 1호(내부수익률 13.5%), NH할로윈 펀드(20.5%)에서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렸다. 이런 성적 덕택에 500억원에 불과했던 농협은행 PEF 약정액은 최근 1년간 8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신한은행도 PEF 투자를 통해 848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6월 국내 처음으로 5600억원 규모의 M&A대출(인수금융) 전용 사모대출펀드를 만드는 등 IB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은행 가운데 PEF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들의 인수금융 규모는 총 5조5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 중 부실 우려가 있는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62%(1438억원)로 집계됐다. 기업 대출(2.24%)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각각 24.8%, 12.4%로 부실채권 비율이 높았다.

금융당국은 국내 시중은행들에 PEF에 투자하거나 인수금융을 제공할 때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저금리로 수익성이 나빠진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PEF 투자를 늘리면서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PEF 투자 및 대출이 상당 기간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PEF는 투자 기간이 최대 10년에 이르는 장기 투자”라며 “은행 여신과는 다른 별도의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없다면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좌동욱/안대규/박종서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