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모뉴엘 미스터리…검찰·금감원 조사 착수
혁신 가전업체라는 평가를 받다가 돌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정부와 금융계를 충격에 빠뜨린 모뉴엘이 수출 서류를 조작하고 재무제표를 분식(粉飾)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건의 중대성을 인식한 검찰과 관세청, 금융당국이 본격 수사(조사)에 나서고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3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 수개월간 조사를 통해 모뉴엘이 수출 관련 서류를 조작해 금액을 부풀린 수출채권으로 은행들에서 1조원 안팎을 대출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모뉴엘은 일종의 카드 돌려막기 수법을 썼다”며 “이렇게 은행들에서 현금화한 수출대금이 1조원에 달하는 만큼 관세청이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홍석 모뉴엘 대표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의 고발에 앞서 이미 서울남부지검은 모뉴엘이 허위 수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해 국내 은행들에서 수천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중 사건을 배당하고 정식 수사에 들어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분식회계 정황 포착"…자회사 잘만테크는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금융감독 당국도 모뉴엘과 자회사인 잘만테크가 회계 기준을 위반한 혐의를 포착했다. 비상장사인 모뉴엘은 수사당국의 협조 요청이 오면 분식회계 여부를 따지는 감리에 나설 계획이다. 잘만테크는 회계 기준 위반 제보가 들어와 감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제보를 토대로 코스닥 상장사인 잘만테크가 기업 회계 기준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감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부실 대출 심사 등의 혐의가 포착되면 관련 검사도 하기로 했다.

잘만테크는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에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량이 급증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의혹도 받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잘만테크의 주가 동향과 거래량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실제 잘만테크의 거래량은 지난 17일 18만4000주로 전날(8만8000주)보다 10만주가량 증가했다. 하루 거래량이 최근 10만주를 밑돈 것을 고려하면 이날 거래량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 20일과 21일 거래량은 각각 16만2000주와 21만7000주였다.

모뉴엘은 지난 4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기업신용위험평가에서 장부상 3년 연속 흑자를 냈고,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는 등 영업 현금 흐름이 양호해 세부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적자가 계속 나거나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회사가 세부평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모뉴엘은 로봇청소기와 홈시어터 PC 등을 판매하면서 국내외 시장에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7년 국제 가전박람회(CES) 기조연설에서 주목할 회사로 지목해 지명도를 높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창업 7년 만에 50배가 넘는 외형 성장을 이뤄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수출 비중은 80%에 이른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50억원, 599억원으로 전년보다 22%, 67% 늘었다.

임원기/정소람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