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또 튀어나온 전세기간 연장, 입법 타락이다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법무부가 전세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현행 10%인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을 인하하는 내용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 전셋값 상승세와 월세 전환 추세가 꺾이지 않는 데 따른 대책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라도 살려야겠는데 여의치 않고 전셋값만 뛰니 정부도 답답할 것이다.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은 고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정부 빼고는 거의 없다. 과거 전셋값이 크게 뛸 때마다 비슷한 방안이 논의됐지만 한 번도 제대로 효과를 본 적이 없다. 전세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1989년 전셋값은 17.5% 올랐고 수도권 일부에서는 40%나 폭등했다. 다시 3년으로 늘린다면 전·월세값은 더 오르고 전세 품귀는 더 심해진다는 것은 이제 거의 상식이다. 전세 2년 후 세입자가 원하면 1년을 연장할 수 있는 소위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이 지난해 검토됐다가 유야무야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이런 판에 난데없이 법무부가 전세기간 연장을 들고 나왔다. 그것도 정부 내에서조차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아 기획재정부는 물론 국토교통부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는 이유는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희망사항을 법으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법제화했을 때의 파급효과나 부작용 등은 충분히 따지지도 않은 채 그저 바람직한 측면만을 떠올리며 이상을 실현하려고 든다. 최근 문제인 ‘단통법’이 대표적이다. 이미 경제민주화 관련 법과 동반성장정책 중에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적지 않은데도 이 모양이다.

    소위 입법의 타락이요, 대중민주주의의 부작용이다. 정부도 정치권에 오염되는 모양이다. 법은 그야말로 엄정해야 하며 즉흥적 포퓰리즘에 휘둘려선 안 된다. 주택임대차 관련법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도외시하고 섣불리 손대다간 탈만 생긴다. 언제까지 이런 일을 반복하려는 것인가.

    ADVERTISEMENT

    1. 1

      [기고] 현대차그룹 새 자율주행 사령탑에 쏠린 관심

      최근 현대차그룹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사장)에 박민우 박사가 선임됐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테슬라에서 오토파일럿 개발에 참여하고, 엔비디아에서 글로벌 완성차와 협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한 기업의 사장급 인사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자율주행기술 경쟁에서 뒤처졌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할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 전통 완성차는 물론 글로벌 빅테크까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어떤 기업도 손에 잡힐 듯한 완전자율주행차 양산에 이르지 못했다. 그 당시 자율주행 로직은 성능이 불완전한 인공지능(AI) 모듈들의 결합체였다. 이러한 불완전성을 해소하기 위해 모듈 사이사이에 사람의 운전 경험에서 추출된 룰을 추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그러나 이런 룰 기반의 자율주행차량은 주행 중 학습하지 못한 상황을 만나면 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난관 극복의 비결은 생성형 AI 기술과 고성능 AI 반도체 기술이다. 이 덕분에 자율주행 로직은 카메라 영상부터 차량 제어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하나의 거대한 AI 모델로 구성된다. 이 모델은 명시적인 운전 지식의 주입 없이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운전 기술을 학습한다.꿈 같은 이 기술을 전문가들은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이라고 부른다. 3년 전 이 혁신을 달성한 곳이 테슬라와 상하이 AI 연구소의 오픈드라이브랩이다. 그 후 2년 만에 E2E 자율주행차 양산 검증과 로봇택시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했다. 작년 11월 국내에 감독형 자율주행(FSD)을 도입한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 샤오펑이 선두 주자다.하지만

    2. 2

      [한경에세이] 모험자본, 형식 벗고 야성 입어라

      정부는 연일 혁신 성장의 동력으로 모험자본 육성을 강조하며, 4차 산업혁명과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 현장 참여자로서 이런 흐름 속에 내재된 근원적 고민을 하게 된다. 모험자본의 개념을 역사적 맥락과 금융의 본질적 기능 관점에서 차분하게 재정립해 볼 시점이다.모험자본의 기원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쟁을 통해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담보가 부족한 신기술에 자금을 지원하기란 보수적인 은행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1946년 조르주 도리오가 세운 ARDC(American Research and Development Corporation)는 모험자본의 원형을 제시했다. ARDC는 미래가 불확실한 기술 기업에 장기 자본을 공급하고, 경영에 참여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방식을 택했다. 오늘날 미국의 기술 패권은 연구실의 아이디어를 시장의 산업으로 구현해 내는 과정에서 모험자본의 ‘인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최근 모험자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었다. 모험자본을 각종 법에 근거한 벤처조합, 소부장조합 등 투자 기구의 형태로 한정하려는 경향이 보여 우려가 일고 있다. 형식이 본질을 앞서는 주객전도의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금융 시장에서 가격 변동성 등 위험을 기꺼이 감내하는 투자라면, 형식적 주체가 무엇이든 모험자본 범주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 비상장 기업 구조 개선과 성장을 지원하는 사모펀드, 자본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기업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여건을 조성하는 주식형 펀드 등 자본시장법상의 집합투자기구들도 엄연히 모험자본에 해당된다. 단지 형태만을

    3. 3

      [조일훈 칼럼] 끝없는 갑을(甲乙)전쟁…한국 민주주의는 아직 멀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가피하게 위계(hierarchy)로 이뤄져 있다. 현대 사회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이념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지만 사회 구조를 들여다보면 정교하게 설계된 위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상사와 부하, 고용주와 피고용인 관계는 권력, 정보, 지식, 자본의 소유 정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권력 비대칭의 산물이다. 인류 사회가 모든 구성원에 동일한 권한을 부여하면서 합의에만 의존해 왔다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신속한 실행력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모든 인민의 평등을 주창하는 공산주의 사회조차 극단적 위계인 1인 독재 로 작동한다는 사실은 평등이라는 이념과 위계라는 질서가 서로 다른 층위의 개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위계의 본질은 협력이다. 위계를 구성하는 단위들은 얼핏 보면 아래위가 분명한 피라미드 조직이나 연쇄적 먹이사슬 구조 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긴밀하게 작동한다. 위계 내부의 공생전략이다. 현대사회에서 우리 삶에 관여하는 정부, 국회, 기업, 학교, 병원, 사회단체 모두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조직 가운데 단위 간 협력이 가장 잘돼온 것들이다. 그래서 여태껏 유지돼온 것이다.사회 조직뿐만 아니라 자연계의 유기체도 그러하다. 곰팡이는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양분을 흡수하는 대신 식물 뿌리가 흡수하기 어려운 미네랄을 공급해준다. 곤충은 부지런히 꽃가루를 나르는 대가로 꽃에서 양분을 얻는다. 사람들 몸에 무수히 존재하는 미생물과 바이러스는 생명 공간을 얻는 대신 소화와 면역 기능을 도와준다. 이런 협력과 공생의 원리가 농경사회의 인간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