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도 환율이라는 복병을 만나 3분기 실적이 예상을 밑돌았다. 1년 전보다 더 많은 자동차를 팔고도 원화 강세 탓에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현대·기아차는 신차를 공격적으로 내놓고 제값 받기를 통해 수익성을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중장기적으로 해외 생산 비중을 높여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新車 출시 앞당기고, 해외생산 늘리고…현대·기아車, 원화강세 '파고' 넘는다
○완성차에 비해 부품사는 선방

기아차는 지난 3분기에 매출 11조4148억원, 영업이익 5666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작년 3분기에 비해 매출은 1.9%, 영업이익은 18.6% 각각 감소했다. 1년 전보다 13%가량 차를 더 팔고 평균 판매 단가도 2%가량 상승했지만 환율이 급락해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지난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026원60전으로 작년 3분기보다 7.5% 하락했다. 1만달러를 벌면 원화로 표시되는 이익은 작년 3분기에 1193만원이지만 올 3분기엔 1026만원으로 뚝 떨어진다는 의미다. 환율 영향으로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 18% 줄었다.

전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도 환율 악재를 피해가지 못했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에 113만대를 팔아 작년 3분기보다 2.2% 많은 매출을 올렸지만 환율 하락으로 영업이익은 18% 감소했다.

현대차 계열 부품사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현대모비스는 3분기에 8조4965억원의 매출과 72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작년 3분기 대비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5.5% 증가했다. 수출 비중이 80%가 넘는 현대차에 비해 환율 영향을 덜 받은 결과다. 영업이익률도 8.5%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공장이 현대모비스로부터 부품을 받아 해외로 수출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달러화나 현지 통화로 받지만,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차 국내 공장에서 원화로 받기 때문이다. 차량 부품업체인 현대위아도 현대차와 기아차에 비해 3분기 이익 감소폭이 적었다. 현대위아는 3분기에 작년 3분기보다 11.7% 적은 12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신차 출시로 돌파구

현대·기아차는 경쟁력 있는 신차로 환율 정국을 돌파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오는 30일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 모델인 아슬란을 국내에 내놓는다. 다음달 LF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이어 벨로스터와 i30의 부분 변경 모델도 잇따라 선보인다. 내년엔 투싼과 아반떼의 완전 변경 모델을 출시하고 LF쏘나타 디젤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한다. 기아차도 연내 K9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고 내년 상반기에 K5 완전 변경 모델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박한우 기아차 재경본부장(사장)은 “중국 전략 모델인 K4의 신차 효과가 커지고 있고 4분기부터 신형 카니발과 쏘렌토를 해외에 판매하면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해외 생산 비중도 늘려간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복안이다. 내년까지 해외 공장 생산성 개선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2016년에 현대차 중국 4공장과 기아차 멕시코 공장을 완공하면 해외 생산 비율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현대·기아차는 기대하고 있다.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던 외부 환경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극심한 침체를 겪던 인도 시장이 지난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인 데 이어 브라질 시장도 내년부터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원·달러 환율도 상승하며 수출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변하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환율이 반등하고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특근으로 만회하면 당초 올해 판매 목표인 490만대를 초과 달성할 수 있다”며 “내년엔 신차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