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처리·농축 한국 자율성 일부 확대 방향"
연구에 한해 프로젝트 단위로 권한 행사 관측

한미 양국이 외교·국방부 장관간 '2+2 회의'에서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협상 진행 수준과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의회의 처리 절차를 감안할 때 사실상 올해가 타결 시한인 가운데 한미 양국은 40∼50쪽 분량의 본문과 2개의 부속합의서 내용을 최종 조율중인 상태로 알려졌다.

1972년 서명하고 이듬해 발효된 현행 협정은 별도 부속서 없이 15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6일 협상 진행 수준에 대해 "2+2회의에서는 적절히 마무리하기 위해 그동안 필요한 준비 내지 진전을 많이 본 것을 평가한 것"이라면서 "현재 협상은 마무리 단계라고 할 수 있으나 아직 협상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 몇 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마무리 국면에 있는 협상이 연내 종료될지의 관건은 재처리·농축 권한행사 내용을 어떻게 담을지에 있다.

현행 협정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해 사안별로 '공동 결정(미국의 사전 동의 의미)' 하도록 돼 있다.

협정 체결 당시의 상황상 농축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은 없으나 재처리와 같은 방식으로 한미간 협의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 규정이 원자력 산업 및 연구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원자력 주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의 비확산 정책 기조는 현행 협정 체결 당시보다 더 강해진 상태다.

미국은 2008년 체결한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원자력협정에 농축과 재처리를 금지하는 이른바 '골드스탠더드' 조항을 포함시켰다.

올해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승인한 미국과 베트남간 원자력 협정에는 농축과 재처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베트남 정부의 정치적 약속이 포함됐다.

미국에서는 이를 '실버스탠더드'로 부르고 있다.

재처리와 농축 권한 행사와 관련한 한미간 입장차 때문에 그동안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현재도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최종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구체적인 협정 문구는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개정 협정에서는 전체적으로는 공동 결정 방식의 현행 협정 골격을 유지하면서 우리측의 자율성을 일부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복수의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특히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농축·재처리에 대한 명시적 금지(골드스탠더드)는 불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농축의 경우 안정적인 현재의 국제시장이 바뀌어도 연료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처리는 현재 한미가 진행하는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연구 결과를 추후 협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재처리 문제의 경우 사용후 핵연료 처분 차원에서 제기된 이슈이므로 양국간 이와 관련된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협정에 담길 예정이다.

또 연구·개발 차원에서는 재처리 등에 대한 제약을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현재는 연구·개발도 사안별로 동의를 받았으나 앞으로는 연구 프로젝트 단위로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동의를 확보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재처리·농축 문제와 관련, "실버스탠더드를 적용한 미·베트남간 협정보다는 진전되지만, 재처리와 농축 권한행사를 포괄적으로 허용한 일본과의 협정에는 못 미치는 수준에서 최종적으로 타결되지 않겠느냐"면서 "이와 관련한 협정 표현을 정리하는 게 최종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한미는 협정에서 양국을 '전략적 협력관계'로 규정하고 산업 협력에 대해 상세하게 규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양국 산업계간 협력 채널 구축, 한국 수출시 미국 원전 설비 등의 용이한 반출 절차 등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원자력 산업 발전 수준에 맞춰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협상을 2010년 8월부터 진행해왔으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협정 만기를 2016년 3월로 늦추기로 지난해 합의한 바 있다.

양측은 지난 9월 11차 본협상을 개최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