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축되는 아파트에 대부분 들어가는 필로티(건축물 1층에 기둥만 세우고 비워둔 공간)에 입주민들을 위한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공급된 아파트 단지는 주차장이 지하화되면서 지상의 공간이 넓어졌다. 건설사들은 고질적으로 안 팔리는 1층 가구 대신 필로티를 설치해왔다. 필로티는 입주민의 보행로를 확보해주고 단지 내 바람이 통하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폐자전거 등 못 쓰게 된 생활용품을 모아두거나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 까닭이다. 아파트 필로티 공간을 입주민이 동의할 경우 교육·휴게시설, 도서실, 회의실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설사들은 최근 필로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단지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주)한라가 공급하는 ‘시흥 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조감도)에는 각 동마다 1층에 커뮤니티시설인 ‘헬로우라운지’가 마련된다. 헬로우라운지에는 코인세탁실과 무인택배 시스템이 갖춰진다. 입주민 자녀들이 조용히 학습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한다. 장시간 사용할 것을 감안해 화장실까지 설치했다. 한라 관계자는 “단지의 콘셉트가 교육에 특화된 아파트인 만큼 버려질 수 있는 1층 필로티를 특화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이 경기 수원에서 분양 중인 ‘힐스테이트 영통’의 경우 필로티에 보호자 대기공간인 ‘맘스라운지’를 들였다. 자녀들의 외부 활동을 부모가 지켜볼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이미 입주한 단지에도 필로티를 활용한 예가 있다. 경기 일산에 있는 주상복합 ‘두산위브더제니스’의 주거동 1층에는 남녀 독서실이 마련돼 있다. 단지 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일부 동에는 악기레슨을 할 수 있도록 방음 처리된 스튜디오를 조성했고, 전문 요리 강습을 진행하는 쿠킹클래스 공간도 주민공동시설로 마련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