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달러화 강세와 주요 기업 실적 불안 우려 탓에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이 연중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종목별로는 오히려 외국인 비중이 크게 늘어난 사례가 많아 주목된다. 실적개선이나 배당확대 가능성이 큰 종목에 외국인 투자자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현대로템 '사재기'…지분 24%P 늘려
○외국인, 현대로템 0.92%→25.23%

26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 결과, 외국인은 하반기 들어 현대로템 보유 지분을 지난 6월 말 0.92%에서 24일 현재 25.23%로 크게 늘렸다. 주가가 이달 들어서만 4.4% 하락하는 등 줄곧 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외국인은 꾸준히 저가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4월 철도안전법 시행에 따라 급증했던 철도차량 품질검수 비용이 2분기를 정점으로 줄고 있고 K2전차 본격 양산에 따른 방산 부문의 매출이 늘어나는 등 실적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3분기를 바닥으로 수주 확대를 통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내년에는 그룹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외국인 매수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삼진제약(6.96%→15.39%)과 세아베스틸(8.61%→16.88%), 하나투어(16.96%→26.22%) 등의 보유 비중도 크게 늘렸다. 대부분 최근 주가는 부진하지만 내년 이후 실적 개선이 점쳐지거나 고배당주로 꼽히는 종목들이다.

하나투어는 작년 기준 배당 성향이 34%로 높고, 삼진제약은 이익 증가와 함께 매년 배당액이 늘어나는 종목으로 꼽힌다.

○노른자 IT 부품주도 눈길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 중소형주 중에서 정보기술(IT) 부품주 비중을 높인 것도 눈에 띈다. 코스닥시장 종목 중 6월 말 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이 가장 크게 높아진 종목은 검사장비업체 고영이다. 6월 말 23.35%였던 보유 비중이 24일엔 39.77%로 높아졌다. 3분기 영업이익이 7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등 꾸준하게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심상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초 18%에 불과했던 외국인 지분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향후 성장성에 대한 외국인들의 평가가 후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은 IT 부품주인 자화전자 비중도 16.47%에서 23.00%로 늘렸다. 산업용 모니터 생산업체 토비스의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은 3개월 새 1.50%에서 15.48%로 10배 넘게 올랐다. 유진로봇유진테크도 외국인 보유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진 종목이다.

한편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시가총액 보유 비중은 지난 23일 34.58%로 7월 고점(35.99%) 대비 1.41%포인트 줄었다. 연중 최저치인 지난 3월25일의 34.43%에 7개월 만에 근접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총 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은 4월15일(35.03%) 이후 꾸준히 35%대를 유지했지만 지난달 29일(34.90%) 35%대가 무너진 뒤 줄곧 하락세다.

달러화 강세와 3분기 주요 수출주 실적 우려가 겹치면서 9월18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총 3조2000억원을 순매도한 영향이 컸다. 반면 코스닥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11.08%로 올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