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26일 오전 5시16분

장롱속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국고채 30년물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2년 첫 발행시 고액자산가들의 물량 매집 사태를 불러왔다가 20% 가까운 가격 하락의 쓴맛을 봤지만 최근 금리하락으로 평가이익(매입가격 기준)이 나기 시작한 것.

26일 채권평가사들에 따르면 국고채 30년물 고시가격(민평가격)은 지난 17일 처음으로 발행 당시 개인들의 매입가격인 액면 1만원당 1만20원을 넘어선 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엔 1만167원까지 올랐다. 채권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면서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유통가격이 비싸진 덕분이다.

2012년 9월11일 국내 최초로 발행한 국고채 30년물은 2042년까지 액면 1만원당 매년 300원(3.00%)의 이자를 지급하는 증권이다. 당시 일본식 장기 경기침체와 금리하락을 예상한 거액자산가들은 경쟁적으로 물량 매집에 뛰어들기도 했다. 발행잔액 4060억원의 47%를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30년물 금리는 예상과 달리 발행 당시 연 3.02%에서 작년 말 4.04%까지 치솟았다. 국내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12일엔 고시가격이 8294원까지 추락했다. 최초 투자자들은 최고 17%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인식했다.

투자자들에겐 다행스럽게도 이 금리는 지난 24일 다시 연 2.97%까지 내려왔다. 다만 2년이라는 긴 시간을 참고 견딘 투자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말 개인투자자들의 국고채 30년물 투자잔액은 약 2800억원이었으나, 지금은 1900억원 수준으로 3분의 1 정도가 손절매했다. 반대로 물량을 받아간 기관투자가들은 큰 이익을 챙기게 됐다. 지난해 말 최저가에 30년물을 매입한 경우 10개월간 거둔 평가차익은 22.5%에 달한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