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 사이 어두운 표정으로 둘러 앉아 있는 죄수들, 몽둥이를 차고 폭언을 일삼는 교도관, 높은 감시탑….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흔히 묘사되는 감옥의 모습이다. 그러나 실제 찾은 교도소에는 그런 음침한 광경도, 콩밥도, 자물쇠도 없었다.
TV·샤워실 등이 갖춰진 서울 남부교도소 독방.
TV·샤워실 등이 갖춰진 서울 남부교도소 독방.
○음식·생필품 구입 가능

28일 교정의 날을 맞아 지난 24일 법무부 초청으로 방문한 서울 천왕동 서울남부교도소는 밝고 깔끔한 내부에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기업 연구소’ 같은 느낌을 줬다. 1949년 부천형무소로 출범한 남부교도소는 2011년 지금의 위치에 건물을 새로 짓고 이전했다. 감시탑 하나 없어 얼핏 보면 보통 건물 같지만 400여대의 폐쇄회로TV(CCTV)와 영상 감지 시스템, 열 감지 센서 등 첨단 전자경비 시스템이 도입됐다.

수형자 1027명은 독방이나 단체방 중 적합한 곳을 배정받아 생활한다. 독방은 면적 4.61㎡의 온돌식 방으로 개인 화장실 및 샤워실, TV, 책상 등이 갖춰져 있다. 4~6명이 지내는 단체방은 12.01㎡로 탁 트인 느낌을 줬다. 닭다리 김치 등 음식과 각종 생필품 등 원하는 물품도 구입할 수 있다. 일부 수형자는 비타민 등 영양제를 구비해놓고 먹었고 자비로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기도 했다. 남부교도소 관계자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쯤까지 작업 등 외부 활동을 한 뒤 밤에는 방에서 생활한다”며 “수형자 간 위화감 조성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 물품 구입은 하루 상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단도 크게 달라졌다. 콩밥은 1986년 사라졌고 쌀과 보리를 섞어 배급하던 것을 올 6월부터 쌀 100%로 바꿨다. 밥 배급량은 줄이고 육류 반찬 대신 생선 비중을 늘렸다. 하루 30분~1시간씩 운동을 하며 운동복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구입해 입을 수 있다. 이날도 족구 코트 6개가 있는 널찍한 운동장에서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운동하는 수형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화 프로그램도 재범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수형자별 맞춤형으로 실시한다. 공장 선반작업이나 조리 자격증반을 운영하고 출소 예정자에게는 취업도 알선해준다. 65세 이상의 수형자에게는 치매 예방을 위한 한지 공예를 가르치고, 성폭력 사범에게는 총 350시간 집중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박광식 남부교도소장은 “각종 시설 및 프로그램 개선으로 수형자들의 교화 성과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가스배관이 노출된 비좁고 낡은 안양교도소.
수도·가스배관이 노출된 비좁고 낡은 안양교도소.
○낡은 안양교도소 재건축 추진

반면 같은 날 찾은 한국 최고(最古) 교도소인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있는 안양교도소는 어둡고 낡은 전형적인 감옥이었다. 내부 벽은 칠이 벗겨지고 곳곳에 물이 샜다. 수도·가스 배관은 머리 위 천장에 노출돼 있었다. 1963년 지어진 이곳에는 1800명의 수형자가 있다. 바닥 난방이 안 되는 24㎡의 방에서 최대 12명이 함께 지낸다. 법무부는 안양교도소 수형자들이 2010년부터 올 9월까지 수형 처우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진정은 모두 705건으로 남부교도소(167건)의 4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교정당국은 안양시와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3월 승소해 안양교도소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다. 권기훈 안양교도소장은 “370병상을 갖춘 의료교도소와 구치소를 신축하는 등 남부교도소보다 더 나은 환경으로 개선시키겠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