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女超' 왜?
재력가를 청부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원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이례적으로 배심원 중 여성이 남성보다 3배나 많은 ‘여초(女超)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남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부장판사 박정수)는 첫 번째 국민참여재판기일을 열고 검찰과 피고인 측의 기피신청 절차를 거쳐 출석한 배심원 후보자 중 12명(예비 배심원 3명 포함)을 배심원으로 선정했다. 선정된 배심원 중 여성은 9명으로 전체의 75%에 달했다.

배심원 여초 현상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유례없이 긴 국민참여재판 일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재판은 20일부터 27일까지 1주일간 진행돼 2007년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도입된 이래 재판 기간이 가장 길다. 배심원들은 주말(25~26일)을 제외하고도 여섯 번이나 출석해 하루 종일 재판을 지켜봐야 한다. 이런 이유로 직장이 있는 남성은 참여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재판정에 출석한 여성 배심원 중 상당수는 대학생 또는 40~50대였다.

대법원에 따르면 통상 국민참여재판은 하루를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길어야 2~3일에 불과하다. 남부지법 관계자는 “검찰이 제시한 범행증거를 놓고 피고 측과 의견이 워낙 팽팽한 데다 신청된 증인만 20여명에 달해 재판 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법원은 재판 일정이 배심원 성비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성비는 대체로 비슷했다”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무작위로 배심원을 뽑았는데 어쩌다보니 여성이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학계에서는 재판 일정이 배심원 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A교수는 “긴 재판 일정 때문에 배심원 성비가 한쪽으로 기우는 건 문제가 있다”며 “하루에 12만원인 재판 참석 일당을 늘리거나 불필요하게 많은 증인 수를 줄여 재판 일정을 단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