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벤처기업 모뉴엘 사태는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와 금융당국의 감독체계가 아직도 얼마나 허술한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아직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모뉴엘은 매출을 부풀리거나 수출서류를 조작해 이를 토대로 부당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매출채권 할인매입 등으로 1조원 상당의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나 3억달러의 보증을 선 무역보험공사는 물론 금융당국조차 이상한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장 중인 기업의 외형과 그저 형식적인 서류만 보고 판단한 결과다.

하지만 조금만 눈여겨봤어도 지금과 같은 대형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선 매출의 97%가량이 매출채권이고 이의 대부분을 은행에서 할인해 자금을 조달한 것부터가 비정상적이었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이 넘는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입이 고작 15억원에 불과했던 것도 그렇다. 대출을 거의 한도까지 끌어 썼던 점과 매출에 비해 거래처가 5개에 불과한 점도 의심할 만한 대목이었다. “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가 모뉴엘 감사보고서의 주석사항과 영업활동 현금흐름만 제대로 살폈어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역시 이유가 있었다. 실제 2012년 주거래은행이던 우리은행은 당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모든 대출을 회수, 이번에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드러날 수 있었던 문제가 관련 기관들의 부주의로 더 커진 것이다. 여기에는 벤처라면 일단 대출부터 해주는 관행도 한몫했다고 봐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여신 심사과정의 하자 여부 등에 대한 긴급검사를 오늘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검찰 조사 역시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가 진행되면 전모가 드러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금융사 무역보험공사 금융당국 등이 유기적 협조 없이 지금처럼 리스크 관리에 무성의하다면 제2의 모뉴엘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벤처나 수출금융 지원시스템 전반에 대한 일대 점검과 개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