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내년 '섀도 보팅 폐지' 앞두고 감사 재선임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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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정족수 미달사태 우려
年內 재선임 '3년 시간벌기'
때 아닌 주총 소집 잇따라
年內 재선임 '3년 시간벌기'
때 아닌 주총 소집 잇따라
상장사들의 때아닌 임시주주총회가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 내년 1월 섀도 보팅(의결권 대리행사) 폐지를 앞두고 감사를 선임하기 위한 것이다. 섀도 보팅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가 사라지면 주총에서 의결정족수(주주의 25%) 미달로 특별 의결이 필요한 감사 선임 절차를 못 밟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섀도 보팅이 없어지기 전에 감사를 일단 선임하려는 상장사들의 고육지책으로 임시주총 개최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임기 남았지만 서둘러 감사 선임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감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낸 상장사는 33곳이다. 감사 임기 만료일이 내년 3월인데도 섀도 보팅 폐지 전 서둘러 감사를 뽑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효성아이티엑스, 일성건설, 황금에스티, 삼천당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골프존, 다원시스, 태창파로스, 서울신용평가정보 등은 감사 임기가 1년 넘게 남았지만 서둘러 감사를 새로 뽑기로 했다.
섀도 보팅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이 안건에 대해 주총 참석 주주들과 똑같은 비율로 투표했다고 간주하는 제도로 내년에 폐지된다. 하지만 특별 의결 사항인 감사 선임은 대주주가 보유 지분에 관계없이 3% 이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3% 룰’은 계속 적용된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수의 25% 찬성’이라는 감사 선임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질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듬해에도 감사를 세우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전자위임제도 대안 안돼
금융위원회는 주총에 참석하기 어려운 소액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전자 매체를 통해 회사나 주요 주주들에게 위임하는 전자위임장 권유제도를 이달 초 입법 예고했다. 섀도 보팅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50%가 넘는 기업들은 이 방법을 활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53%대인 코스닥 반도체장비 업체 로체시스템즈가 내년 정기주총에서 감사 선임 안건을 의결하려면 최대주주 의결권 3%를 제외한 나머지 22%를 소액주주 중에서 확보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전자위임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수백명의 소액주주를 투표에 참여시킨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섀도 보팅이 폐지되는 것은 대주주가 자신과 가까운 특정인을 감사로 선임하고 계속 유임시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인물이 8년간 감사로 일한 삼천당제약처럼 특정인이 계속 감사직을 수행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이는 경영상의 판단일 뿐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가 자신과 호흡을 함께할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전체적인 투명성이 확보되는지가 중요하지 어떤 사람이 감사로 임명되느냐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섀도 보팅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을 참석한 것으로 처리하되, 투표한 주주들의 찬성과 반대 비율대로 나눠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예컨대 주총 참석 주주들이 특정 안건에 찬성 7대 반대 3으로 투표했다면, 전체 주주 중 70%가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간주한다. 최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에 대한 우려로 내년에 폐지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이 제도가 사라지면 주총에서 의결정족수(주주의 25%) 미달로 특별 의결이 필요한 감사 선임 절차를 못 밟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섀도 보팅이 없어지기 전에 감사를 일단 선임하려는 상장사들의 고육지책으로 임시주총 개최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임기 남았지만 서둘러 감사 선임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감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낸 상장사는 33곳이다. 감사 임기 만료일이 내년 3월인데도 섀도 보팅 폐지 전 서둘러 감사를 뽑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효성아이티엑스, 일성건설, 황금에스티, 삼천당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골프존, 다원시스, 태창파로스, 서울신용평가정보 등은 감사 임기가 1년 넘게 남았지만 서둘러 감사를 새로 뽑기로 했다.
섀도 보팅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이 안건에 대해 주총 참석 주주들과 똑같은 비율로 투표했다고 간주하는 제도로 내년에 폐지된다. 하지만 특별 의결 사항인 감사 선임은 대주주가 보유 지분에 관계없이 3% 이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3% 룰’은 계속 적용된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수의 25% 찬성’이라는 감사 선임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질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듬해에도 감사를 세우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전자위임제도 대안 안돼
금융위원회는 주총에 참석하기 어려운 소액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전자 매체를 통해 회사나 주요 주주들에게 위임하는 전자위임장 권유제도를 이달 초 입법 예고했다. 섀도 보팅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50%가 넘는 기업들은 이 방법을 활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53%대인 코스닥 반도체장비 업체 로체시스템즈가 내년 정기주총에서 감사 선임 안건을 의결하려면 최대주주 의결권 3%를 제외한 나머지 22%를 소액주주 중에서 확보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전자위임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수백명의 소액주주를 투표에 참여시킨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섀도 보팅이 폐지되는 것은 대주주가 자신과 가까운 특정인을 감사로 선임하고 계속 유임시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인물이 8년간 감사로 일한 삼천당제약처럼 특정인이 계속 감사직을 수행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이는 경영상의 판단일 뿐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가 자신과 호흡을 함께할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전체적인 투명성이 확보되는지가 중요하지 어떤 사람이 감사로 임명되느냐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섀도 보팅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을 참석한 것으로 처리하되, 투표한 주주들의 찬성과 반대 비율대로 나눠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예컨대 주총 참석 주주들이 특정 안건에 찬성 7대 반대 3으로 투표했다면, 전체 주주 중 70%가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간주한다. 최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에 대한 우려로 내년에 폐지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