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도약] 은행 '잃어버린 10년'…1인당 생산성 6949만원→3281만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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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창간 50주년 - 5만달러 시대 열자
경제혈맥, 금융산업부터 살려라 (1) '나홀로 뒷걸음질'치는 한국 금융
금융새 금융서비스 창출보다 주택대출 등 손쉬운 영업
직원 연봉 40% 올랐지만 부실심사로 충당금 급증
금융 경쟁력 49→80위로
경제혈맥, 금융산업부터 살려라 (1) '나홀로 뒷걸음질'치는 한국 금융
금융새 금융서비스 창출보다 주택대출 등 손쉬운 영업
직원 연봉 40% 올랐지만 부실심사로 충당금 급증
금융 경쟁력 49→80위로
“금융의 삼성전자,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만들자던 한때의 구호는 이제 말을 꺼내기도 민망할 정도입니다.”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의 통합(2001년), 신한금융그룹의 조흥은행 인수(2003년) 등으로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메가뱅크를 한국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목표가 나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의 탄식이다. 계획대로라면 한국은 내년에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하지만 ‘글로벌 50대 금융사’도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익규모 10년 전의 절반으로
‘강산이 변한다’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정체와 답보상태를 지속했다. 수익 측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했다. 2004년 8조7751억원이던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은행 전체의 순이익은 지난해 4조4848억원으로 10년 만에 반토막 났다.
그나마 주택담보대출 등 손쉬운 영업에 집중하며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한국금융학회장인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며 은행자금을 덜 쓰자 새 수익원을 발굴하기보다 부동산경기에 편승한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한 점 또한 수익성 악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금융위기 이후처럼 다시 급락하면 또 공적자금에 의존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들은 이처럼 대출자산을 키우면서 금리차로 얻는 이자이익으로 실적을 채우는 반면 새로운 각종 금융상담과 서비스 등으로 올리는 수수료 이익, 즉 비이자이익은 오히려 비중이 줄었다. 수익의 질적인 측면에서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2004년 은행권의 전체 이익 중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비중은 각각 81.7%와 18.3%였다. 하지만 2013년 기준 이자이익은 89.2%로 많아지면서 비이자이익은 10.8%로 줄었다.
수익성 퇴보 속 연봉 수직상승
성과뿐 아니라 생산성도 떨어졌지만 직원들의 연봉은 수직 상승했다. 순이익을 임직원 수로 나눈 1인당 생산성이 2004년 6949만원에서 2013년 3281만원으로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하지만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2004년 5495만원에서 2013년 7525만원으로 40%가량 올랐다.
특히 수십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는 고위 임원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연봉은 자산과 순이익이 한국의 10배 수준인 일본 금융계 CEO들의 세 배에 달한다. 일본 1위 금융그룹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그룹의 오키하라 다카무네 회장은 지난해 기본급과 성과급, 스톡옵션을 합쳐 1억2100만엔(약 11억5970만원)을 받았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국내 금융회사 주요 CEO의 연봉은 20억~30억원으로 일본보다 많다.
급여는 급증했지만 실력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부실대출심사를 남발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은행권이 쌓은 대손충당금은 2007년 4조5000억원에서 2013년 11조1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해외 전문가 평가에서도 ‘낙제점’
한국의 금융업 경쟁력에 대한 외국에서의 평가도 냉정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금융시장 성숙도’ 부문에서 한국은 2006년 49위였지만 올해 80위로 추락했다. 조사대상 144개국의 중간에도 못 끼는 결과다. WEF의 금융시장 성숙도 조사는 금융서비스 이용 가능성, 금융서비스 가격 적정성, 국내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조달 등 8개 세부항목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 금융시장 규모는 작지 않지만 금융시스템 효율성과 산업국제화, 서비스수준 등에서 점수가 낮았다”고 설명했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도 한국 금융산업의 답보상태가 확인된다. IMD는 2007년 한국 금융을 31위로 평가했다. 이 순위는 올해도 29위로 거의 변화가 없다. 최근 10년 가까이 금융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매달렸지만 현실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박신영/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의 통합(2001년), 신한금융그룹의 조흥은행 인수(2003년) 등으로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메가뱅크를 한국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목표가 나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의 탄식이다. 계획대로라면 한국은 내년에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하지만 ‘글로벌 50대 금융사’도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익규모 10년 전의 절반으로
‘강산이 변한다’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정체와 답보상태를 지속했다. 수익 측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했다. 2004년 8조7751억원이던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은행 전체의 순이익은 지난해 4조4848억원으로 10년 만에 반토막 났다.
그나마 주택담보대출 등 손쉬운 영업에 집중하며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한국금융학회장인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며 은행자금을 덜 쓰자 새 수익원을 발굴하기보다 부동산경기에 편승한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한 점 또한 수익성 악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금융위기 이후처럼 다시 급락하면 또 공적자금에 의존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들은 이처럼 대출자산을 키우면서 금리차로 얻는 이자이익으로 실적을 채우는 반면 새로운 각종 금융상담과 서비스 등으로 올리는 수수료 이익, 즉 비이자이익은 오히려 비중이 줄었다. 수익의 질적인 측면에서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2004년 은행권의 전체 이익 중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비중은 각각 81.7%와 18.3%였다. 하지만 2013년 기준 이자이익은 89.2%로 많아지면서 비이자이익은 10.8%로 줄었다.
수익성 퇴보 속 연봉 수직상승
성과뿐 아니라 생산성도 떨어졌지만 직원들의 연봉은 수직 상승했다. 순이익을 임직원 수로 나눈 1인당 생산성이 2004년 6949만원에서 2013년 3281만원으로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하지만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2004년 5495만원에서 2013년 7525만원으로 40%가량 올랐다.
특히 수십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는 고위 임원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연봉은 자산과 순이익이 한국의 10배 수준인 일본 금융계 CEO들의 세 배에 달한다. 일본 1위 금융그룹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그룹의 오키하라 다카무네 회장은 지난해 기본급과 성과급, 스톡옵션을 합쳐 1억2100만엔(약 11억5970만원)을 받았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국내 금융회사 주요 CEO의 연봉은 20억~30억원으로 일본보다 많다.
급여는 급증했지만 실력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부실대출심사를 남발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은행권이 쌓은 대손충당금은 2007년 4조5000억원에서 2013년 11조1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해외 전문가 평가에서도 ‘낙제점’
한국의 금융업 경쟁력에 대한 외국에서의 평가도 냉정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금융시장 성숙도’ 부문에서 한국은 2006년 49위였지만 올해 80위로 추락했다. 조사대상 144개국의 중간에도 못 끼는 결과다. WEF의 금융시장 성숙도 조사는 금융서비스 이용 가능성, 금융서비스 가격 적정성, 국내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조달 등 8개 세부항목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 금융시장 규모는 작지 않지만 금융시스템 효율성과 산업국제화, 서비스수준 등에서 점수가 낮았다”고 설명했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도 한국 금융산업의 답보상태가 확인된다. IMD는 2007년 한국 금융을 31위로 평가했다. 이 순위는 올해도 29위로 거의 변화가 없다. 최근 10년 가까이 금융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매달렸지만 현실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박신영/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