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와 아이폰의 ‘가을 대전’이 다시 불붙었다.”

오는 31일 국내 통신 3사를 통해 일제히 출시되는 애플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예약 판매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으면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의 피할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아이폰은 2009년 11월 국내 시장에 처음 상륙한 뒤 ‘스마트폰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아이폰 열풍을 잠재우며 갤럭시 스마트폰은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 왔다.
5년만에 '애플의 반격'…갤럭시 아성 흔들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 구조가 바뀌어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의 고사양 스마트폰과 아이폰의 가격이 엇비슷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사의 가격 경쟁력이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5~7%대에 머물던 아이폰의 점유율이 10% 이상으로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3년 전부터 이어온 가을 대전

갤럭시노트와 아이폰의 가을 전쟁은 3년 전부터 시작돼 연례 행사처럼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1년 9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갤럭시 노트를 처음 공개하고 다음달 판매를 시작했다. 같은해 10월14일 판매하기 시작한 아이폰4S에 맞선 전략이었다. 이후 갤럭시 노트가 기대 이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삼성전자는 후속작 공개 일정을 놓고 애플과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2012년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2의 데뷔전을 당초 예정일보다 며칠 앞당기기도 했다. 아이폰5의 초반 강세를 잠재우기 위한 전략이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간발의 차로 먼저 치고 나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 IFA 개막 직전(9월4일)에 독일에서 갤럭시 노트3를 선보였다. 이는 애플 아이폰5S·5C 발표일(9월10일)보다 1주일가량 앞선 것이었다. 올해는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에 맞서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4’ ‘갤럭시 노트 엣지’ 등으로 맞붙는 모양새다.

○단통법이 열어준 아이폰 시장

통신업계에서는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 구조가 바뀌어 애플에 유리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간 아이폰은 국내 시장에서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고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가격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경쟁사 스마트폰보다 비쌌던 탓이다. 애플은 원칙적으로 보조금을 전혀 쓰지 않는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통신사를 통해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경쟁 조건이 바뀌었다. 통신 3사와 국내 제조사들이 보조금 공세를 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단통법 시행 전엔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보조금을 받아 50만원 이하에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후 갤럭시 노트4는 최고가 요금제에 가입하고 최대 지원금을 받아도 60만~70만원은 줘야 구입할 수 있다. 통신사들은 아이폰6 가격(지원금 반영)을 70만원대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노트4와 아이폰6의 가격 조건이 비슷해진 것이다.

○아이폰 점유율 오를까

아이폰6 판매 호조에 따라 애플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얼마나 오를지 관심이다. 올 들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5~7%대, 삼성전자는 50~70%대 점유율을 유지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제품 수가 많아 절대적인 점유율로 승부를 가늠하긴 어렵다”며 “다만 애플 점유율이 예년보다 상승한다면 최고급형 스마트폰 비율이 높은 삼성전자에서 시장을 빼앗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설리/안정락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