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연주하는 음악 중에 첼로로 아쟁 소리를 흉내 내야 하는 곡이 있어요. 아쟁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 처음엔 잘 표현하지 못했는데 직접 듣고 나니 첼로 연주에선 볼 수 없던 엄청난 비브라토(음을 흔들리게 하는 연주법)를 느꼈어요. 마치 한국 남성들이 노래할 때 느껴지는 감정의 울림 같았죠.”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사진)는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요요마&실크로드 앙상블’ 기자간담회에서 “산업화 이전에는 이런 한국 전통음악이 서양음악에 비해 훨씬 풍부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도시화가 진행되더라도 지혜와 생각, 감정을 샘솟게 하는 이런 음악을 잃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은 28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9일엔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 무대에 선다.

요요마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다. 부모는 중국인이다. 누구보다 동서양 문화 교류에 관심이 많던 그는 1998년 한국 중국 몽골 이란 등 옛 실크로드 지역에 있는 국가의 음악가를 모아 비영리 문화·교육기관인 실크로드 앙상블을 만들었다. 이들의 공연에선 바이올린, 첼로 등 서양악기는 물론 한국 가야금과 장구, 이란 현악기 ‘카만체’, 인도 타악기 ‘타블라’ 등 각양각색의 악기가 어우러진다. 한국 작곡가와 한국 전통 음악도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 그는 “전 세계를 하나로 봤을 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면서 어떻게 각자가 지닌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실크로드 앙상블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선 ‘우화의 경로’ ‘아버지, 아들 그리고 당나귀’ 등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지혜’를 소재로 한 곡들을 들려준다. 요요마는 “요즘엔 ‘지혜’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이런 음악을 통해 사람의 본성, 마음에 대한 이해가 커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실크로드 앙상블은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라온 단원들이 전통적 시각과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사고방식을 하나로 합쳐 모두가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실험하고 있어요.”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