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이 지난 25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있는 훌리오 마리오 산토도밍고 마요르 대극장에서 창작발레 ‘심청’을 선보이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이 지난 25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있는 훌리오 마리오 산토도밍고 마요르 대극장에서 창작발레 ‘심청’을 선보이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왕이 살고 있는 궁궐 안에 있는 것처럼 한국 전통문화를 생동감 있게 보여준 무대였습니다. 발레 종주국인 유럽과 비교해서도 흠잡을 데가 없었어요.”(펠리페 킨테로 콜롬비아 통상산업관광부 통상관계국장)

“‘심청’을 처음 접했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 음악, 동작, 의상, 무대 세트가 하나의 흐름을 이뤘거든요. 콜롬비아 관객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줬습니다.”(아탈리나 나바로·35)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10시께 남미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있는 훌리오 마리오 산토도밍고 마요르 대극장. 유니버설발레단(이하 UBC)이 공연한 창작발레 ‘심청’이 막을 내렸다. 심봉사와 심청이 해후하는 장면이 끝나자 콜롬비아 관객 1200여명이 ‘브라보’를 외치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날 심청을 연기한 수석무용수 황혜민 씨(36)는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심청’ 무대에 서 봤지만 콜롬비아 관객처럼 반응이 뜨거웠던 적은 없었다”며 “덕분에 이곳이 고산지대라 뛰는 데 숨이 찼지만 힘든 것을 잊고 무대에 설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UBC는 그동안 ‘심청’을 12개국 40여개 도시에서 공연했지만 남미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은 콜롬비아의 아시아·이베로아메리카 문화재단(이하 FCAI)과 마요르 극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알리는 ‘코리아 컨템포러리’ 프로그램 중 하나로 UBC는 지난 24~26일 ‘심청’ 공연을 펼쳤고,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모던발레 ‘디스 이즈 모던’으로 무대에 오른다. UBC의 ‘심청’ 3회 공연 전석이 일반 판매로 매진됐다. UBC는 항공료, 20여일간의 단원 숙소비, 개런티 등을 받고 이번 공연에 참여했다. 국내 전문 무용 단체가 콜롬비아에 진출한 것은 서울발레시어터에 이어 두 번째다.

1986년 초연된 ‘심청’은 한국 고전소설 ‘심청전’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한 창작발레로 UBC의 초대 예술감독인 애드리언 델라스가 클래식 발레 동작을 기반으로 안무했고, 미국의 작곡가 케빈 바버 픽카드가 음악을 입혔다. UBC가 세계 무대에 내놓기 위해 기획한 작품이다.

어린 심청으로 분장한 콜롬비아 현지 아역배우가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인당수에 뜬 배 위에서 선원들이 강렬한 군무를 선보이자 박수가 쏟아졌다. 심청이 뱃머리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1막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어 바닷속 용궁이 펼쳐진 화려한 2막과 심청이 연꽃을 탄 뒤 세상에 나와 아버지와 만나는 3막까지 관객들은 함께 안타까워하고 행복해하며 무대를 지켜봤다. 러시아 볼쇼이극장 지휘자를 지낸 미하일 그라노프스키의 지휘와 보고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화음이 만들어 낸 음악은 공연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양삼일 FCAI 대표는 “콜롬비아는 소극장이 발달해 공연을 보는 게 생활화돼 있는 남미의 문화강국”이라며 “이번 공연이 한국의 우수한 문화 콘텐츠를 콜롬비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FCAI는 1997년 설립된 콜롬비아 문화재단 법인으로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간 문화교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콜롬비아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라미로 오소리오 마요르극장장은 “한국 문화 주빈국 행사를 통해 콜롬비아와 한국의 문화 교류가 급진전되면 경제적 교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타=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