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못받는 국회가 입법권·행정부까지 독차지…" 김무성發 이원집정부제, 黨 안팎서 비판 봇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밝힌 이원집정부제 개헌 구상과 관련,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 대표가 하루 만에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발언을 수습했지만 집권 여당 대표의 개헌 발언이었던 만큼 정치적 파장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양상이다.

여권의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홍준표 경남지사는 27일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원집정부제 개헌론과 관련해 “다선 국회의원들이 입법권도 갖고 행정부도 독차지하겠다는 것으로, 국민 생각과는 동떨어진 잘못된 내심만 비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지사는 “개헌을 하려면 우선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 조율이 끝나야 하는데 지금은 (개헌에 대해) 서로 마음이 안 맞는다”며 “분란을 일으킬 게 아니고 국민적 열망 등 개헌 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하느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내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은 연일 김 대표의 개헌 발언에 날을 세우고 있다. 홍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와 인터뷰를 하고 “여당 내부에서 보면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사람은 아주 소수다. 몇 사람밖에 그 얘기를 안 한다”며 “김태호 최고위원 등 많은 이들이 이원집정부제에 상당히 회의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개헌에 동의하는 의원들의 주장을 보면 그야말로 백가쟁명”이라며 “국민들의 저항이 심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국회가 국민 신망을 얻지 못하고 있어 국회에서 저렇게 (개헌 논의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별로 찬성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 대표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개헌 말씀을 꺼내 국회가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며 “게다가 제일 손뼉 치고 좋아하는 게 야당이다. 야당에 빌미를 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김무성 체제에 합류한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도 이원집정부제 구상에 거리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동국포럼 특강에서 이원집정부제에 대해 “오스트리아식, 독일식 다 같은 것이다. 국회의원이 더 많은 권한을 갖고 대통령을 없애자는 것”이라며 “대통령보다 국회의원들이 더 욕을 먹는 현실에서 (국회에서) 총리도 뽑고 장관도 다 뽑겠다는 것을 국민들이 안 받아들일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5년 단임제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며 “(국민들은) 국회에다 자기들이 뽑던 것을 맡기겠나. 직접 (선거를) 하고 싶어한다. 내각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저보고 헌법을 바꿔 달라고 하는 사람(국민)은 아직 못 봤다”며 조기 개헌 논의 움직임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헌을 성사시키려면 정치권이 신뢰부터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며 “지금처럼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에 소통이 안 되고 국회 운영이 엉망이라면 국민은 개헌을 ‘정치권의 제 밥그릇 챙기기’로 인식해 반대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대통령제에 내각제 요소를 강화한 이원집정부제를 추진하면 불안한 내각 구성 등 정치적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민경국 강원대 명예교수는 “문제는 대통령제가 아니라 입법권의 오남용을 일삼는 무소불위의 국회 권력”이라며 “개헌 논의에 앞서 국회의 입법 만능주의 구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