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 '쓴맛'…'불꺼진 상가' 되살리는데 도움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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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술로 새 길 찾는 전춘식 에코파트너즈 회장
!["한보사태 '쓴맛'…'불꺼진 상가' 되살리는데 도움됐죠"](https://img.hankyung.com/photo/201410/AA.9222394.1.jpg)
한때 건설업계 마당발로 활동했던 전춘식 에코파트너즈 회장(사진)의 말이다. 그는 지난 9월 31억5000만원을 들여 친환경 난방기를 제조하는 이 회사를 인수했다. 전류가 흐르면 항균성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전도성 광원 입자’를 만든 게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이다. 올 2월 특허등록을 마쳤다. 그는 “공기 중 수분 손실이 별로 없고 열 효율이 좋아 건조하지 않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회장은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전남 신안 출신으로 경희대를 졸업하고 대림그룹 기획실에서 일하다 고향 선배의 소개로 27세 때 건설사(신안공영)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회사를 키웠다. 이후 구림종합건설 등을 창업해 강남에 한강변 아파트(씨티)를 짓고 분양에 성공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1995년 한보그룹 부도 사태와 함께 한순간에 무너졌다. 친분이 있던 그룹 핵심 관계자에게 해준 지급보증이 문제가 돼 사업체 여러 개와 재산을 고스란히 날렸다.
“저녁에 한강 공원에 나가 정처없이 걷는데, 분명히 조명은 환한데 앞이 뿌옇게 하나도 안 보이는 겁니다. ‘대단하다’며 따라붙던 주변 사람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처절한 외로움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자살 생각밖에 안 나더라고요.”
그러나 그는 절치부심 끝에 외환위기를 타고 극적으로 재기했다. 경매, 부도 등으로 빈 건물 등이 급증하는 것을 유심히 보던 그는 건물을 인수해 구색을 갖춘 뒤 되파는 에이전시 사업에 눈을 떴다. 치열한 수주전을 넘어 광명시 옛 메르존백화점을 인수한 뒤 2000년 이랜드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부산 송도에 있는 오피스텔 ‘탑스빌’ 투자도 성공했다. 외환위기가 거꾸로 그에겐 기회가 된 셈이다. “건물 내 미입주 상가가 많아 ‘이 빠진 모습’으로 듬성듬성 있으면 그 건물에서는 절대 장사가 될 수 없어요. 죽어 있는 겁니다. 건물을 살려 새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게 제 역할입니다.” 현재 그는 이랜드, 롯데마트 건물 에이전시 사업(씨티힐홀딩스)을 하고 있다.
전 회장이 친환경 사업으로 눈을 돌린 건 부동산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친환경 기술이 향후 대세가 될 것’이라는 직감으로 투자처를 물색하다 자금 부족으로 고전하던 에코파트너즈와 연이 닿았다. 그는 회사 인수 후 신제품 생산과 동시에 국내 각 지역에 총판을 설립하고 건설업 경험을 살려 저돌적으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롄, 하얼빈 등 중국에서 해오던 기존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비닐하우스 등 농업용·오피스 등 실내용으로 납품처가 무궁무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건설업과 기술마케팅 중 어떤 게 어렵냐”고 묻자 그는 “사람을 중요시하고 열과 성을 다해야 하는 건 똑같다. 꼭 성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