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입법' 민낯 드러낸 단통법] 韓 보조금 규제 43만원…日 통신사 간 경쟁 0원
‘한국 43만원, 미국 21만원, 일본 0원.’ 오는 31일부터 한국에서 시판되는 애플 아이폰6(16GB)의 국가별 구입 가격이다. 미국 가격은 21만원으로 한국의 예상 가격보다 20만원 이상 싸다. 일본과는 40만원 넘게 차이가 난다. 똑같은 제품인데 왜 이 같은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일까. 각국의 통신 규제가 달라서다.

미국에선 버라이즌·AT&T·스프린트·T모바일 등 4대 통신사가 애플과 협상해 정한 요금제를 따르고 있다. 2년 약정 기준으로 199·299·399달러(16·64·128GB 순)다. 애플과 4대 통신사가 정한 요금제에 대해 정부가 통신비 인하 압박을 가하거나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일본에선 더 싸다.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일본 통신사들이 ‘제로(zero) 가격’ 정책을 내걸었다. 2년 약정 기준으로 아이폰6 16GB 모델은 공짜다. 가입자 유치 경쟁이 벌어져서다.

한국에서만 비싼 것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때문이다. 단통법은 소비자가 아이폰6·아이폰6플러스를 살 때 받을 수 있는 지원금 상한선을 최대 34만5000원으로 정했다. 미국과 일본엔 이런 규제가 없다. 한국에서 아이폰6가 유독 비싼 이유다.

국내 통신사들은 이 같은 단순 비교에 한계가 있다고 반박한다. 국내에선 초기 단말기 구입비가 비싸지만 통신요금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훨씬 싸다는 것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국내엔 미국과 일본엔 없는 약정요금 할인(월 7200~2만4000원·SK텔레콤 기준)이 있다”며 “월 데이터 제공량 5~8GB 기준으로 한국 통신요금은 월 6만~7만원, 미국은 130달러(약 14만원·버라이즌), 일본은 9700엔(약 9만5000원·NTT도코모)”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각에선 비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요금을 냈지만 다 쓰지 못하는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데이터 등이 상당하다”며 “휴대폰을 싸게 팔고 이용패턴에 따라 통신요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