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확대전략회의서 목표 달성 당부
악화된 실적 발표 이후 전열 재정비
이날 열린 회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이 주재하는 ‘수출확대전략회의’. 현대·기아차 부사장 이상급 임원과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 30여명이 3분기 실적과 향후 수출계획 등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매달 하는 회의지만 3분기 실적 발표 직후이고 연말을 앞둔 시점이어서 분위기가 엄중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 회장이 주요 계열사 보고를 들은 뒤 참석자들에게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신발끈을 고쳐 매고 열심히 뛰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룹에서는 현대모비스와 위아 등 일부 계열사를 빼고 현대·기아차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이 환차손 등의 영향으로 좋지 않았다. 정 회장은 “연말까지 환율과 해외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남은 기간에도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비상한 각오로 뛰어줄 것”을 당부했다는 전언이다. 현대·기아차는 일단 연초 잡은 판매 목표(786만대)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은 3분기까지 목표의 75%인 588만대를 채웠다. 현대차는 연초 내수 68만대와 해외 421만대 등 490만대를 목표로 잡았다. 이 중 3분기까지 73.8%인 362만대(내수 50만대, 해외 312만대)를 팔았다. 내수 판매가 73.5%로 뒤처져 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내수 쪽은 3분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특근 등으로 만회하고, 해외 쪽은 터키공장 증설에 효과가 있어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신형 카니발과 쏘렌토 출시 효과로 3분기까지 목표(296만대)의 76%인 226만대를 판매해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걱정하는 것은 판매 목표보다는 수익성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3분기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6%와 8.8% 판매 대수는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환차손으로 각각 9.6%, 18% 감소했다. 그룹 관계자는 “당분간 환율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4분기에도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무리한 마케팅보다는 ‘제값 받기’로 환차손의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올해는 제값받기로 대응한다고 해도 내년 이후에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공급 확대 정책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작정 공장 신증설에 나섰다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수익성을 염두에 둔 생산 확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확대 측면에서는 공장 신증설보다 수요 변화에 따른 생산유연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더 급박하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승용차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소형차보다는 제네시스 등 대형차 부문에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노조와의 관계 때문에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정하지 못하고 있어 생산 효율성을 위해서는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수진/강현우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