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의료기기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계열사에 흩어진 의료기기 분야를 삼성메디슨 쪽으로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 그렇다. 삼성메디슨에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를 통합하기로 한 데 이어, 삼성전자의 또 다른 의료기기 자회사인 넥서스(심장질환 진단기)와 뉴로로지카(이동형 CT장비)까지 합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규모를 키워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을 주도하는 GE, 필립스, 지멘스 등과 정면 경쟁을 벌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의료기기는 세계적으로 연평균 5~6%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8년 4500억달러(약 476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2009년 삼성전자가 의료기기를 신수종사업에 포함시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의료기기는 삼성이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한 후보들 중 흔들림 없이 추진되는 거의 유일한 분야다. 당시 삼성이 2020년까지 의료기기에서 1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한 것은 10년 안에 글로벌 선두주자들을 따라잡겠다는 의미였다.

새로운 기회인 것만은 틀림없다.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의료기기 산업이지만 모바일 환경에서 신규 진입의 틈바구니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IT 등 디지털로 경쟁력 있는 의료기기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과거 전자산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가면서 한국이 일본을 역전한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모바일 환경에서는 후발자에 의한 ‘가격 파괴적 혁신’은 물론 일거에 기존의 지배적 사업자를 뒤집는 ‘빅뱅 파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기업은 이렇게 발버둥치는데 정작 국내 의료환경은 거꾸로다. 사회주의적 건강보험법에 원격진료를 가로막는 의료법도 모자라 융합을 방해하는 의료기기법까지 가세해 발목을 잡고 있다. 종합 규제 세트다. 헬스케어 기능을 스마트폰에 조금이라도 넣을라치면 바로 의료기기법에 걸린다. 운동, 레저 목적 등만 예외라고 하니 이 무슨 해괴한 법인가. 이런 것도 하나 개혁 못 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의료기기 산업을 키울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