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7곳…'맥 빠진' 한전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
한국전력이 37개 금융회사를 퇴직연금 사업자로 무더기 선정하자 선두 업체들이 볼멘소리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각사가 가져갈 파이(운용액)가 크게 줄어들 게 불 보듯 뻔해서다.

한전이 퇴직금 제도를 퇴직연금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달 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을 때만 해도 증권사 보험사 은행 등 금융사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한전의 퇴직금 적립액이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데다 국내 최대 공기업의 사업자로 선정되면 다른 공기업 입찰 때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이 국내 46개 퇴직연금 사업자 중 37곳을 자사 사업자로 선정하자 분위기가 나빠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엄격한 심사 없이 제안서를 낸 연금사업자 대부분을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전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뛰었는데 허탈할 뿐”이라고 했다.

한전의 퇴직금 적립액을 37등분 하면 평균 400억원 정도가 된다. 중견기업 한 곳의 퇴직연금 규모다. 한전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가급적 많은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회사별로 희비가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업권별로 퇴직연금 운용자산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생명, 신한은행은 한전 자금을 좀 더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7곳에 포함되지 못한 금융사들은 이런 사실이 소문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S증권 Y증권 I생명 H손보 J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