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고치자는 개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가계 통신비를 절감하기 위해 제정한 단통법이 오히려 휴대폰 실(實)구입가를 올려놓았다는 원성이 빗발치고 있어서다. 국회가 정부 말만 듣고 졸속 입법했다가 한 달도 안 돼 개정안을 내놓자 전문가들은 ‘청부입법’의 민낯을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27일 휴대폰 보조금 상한제 폐지, 제조사 보조금 분리공시 등의 내용을 담은 단통법 개정안을 이번주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도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의 보조금을 따로 공개하는 분리공시 등을 추가하는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의원들이 단통법을 비판하며 개정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이 법은 의원들이 발의해 반대 없이 통과시킨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입법 절차를 줄이기 위해 조해진·권은희 새누리당 의원 등 10명의 이름을 빌려 발의한 청부입법이다.

작년 5월 발의된 단통법은 올 5월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하지만 의원들의 논의가 이뤄진 것은 작년 12월23일과 올 2월26일 두 차례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 때뿐이다. 이마저도 단통법이 휴대폰값에 미칠 영향보다는 삼성전자가 반대한 분리공시 도입 여부 등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야당도 KBS 인사청문회 등 미디어법 통과를 조건으로 여당과 단통법 통과에 합의하며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단통법 부작용의 핵심 원인이 기업 간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에 있는데도 법 개정안의 상당수가 분리공시 도입 등 규제 강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