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식 29초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식 29초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미국 뉴저지주의 한 병원에서 한국 여인이 아기를 낳는다. 산모가 미국 간호사들로부터 받은 차가운 음료를 마시려 하자, 산모의 늙은 어머니가 우려 섞인 우리 말로 만류한다. “외국 애들처럼 하지 마. 한국 사람들은 찬 것을 먹지 않아.” 노모는 산모에게 특별한 식사를 준비해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스한 밥과 미역국이다.

[한식 29초 영화제] 미역국·고추장에 버무린 상상력…기발한 한식사랑 빛났다
외국에서 아기를 낳은 딸에게 노모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한식을 통해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다큐멘터리처럼 실감 나게 표현한 김해경 감독의 ‘2014.10.06 18:40 New Jersey’가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한식 29초 영화제’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일반부)을 차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주관한 이번 영화제에선 ‘한국의 맛있는 비밀을 찾아라’를 주제로 만든 작품 150편 중 7편의 수상작에 상금과 상품이 수여됐다. 일반부와 청소년부 대상 수상자들에게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이 주어졌다.

청소년부 대상은 고추장 맛의 우수성을 코믹하게 그린 송기호 감독의 ‘우리 엄마 고추장- 그대여 한식행 급행열차를 타라’에 돌아갔다. 엄마가 보내준 고추장을 그림 속 캐릭터들이 달려들어 먹다가 얼굴에 빨간 고추장을 묻혀 드라큘라처럼 변한다는 내용이다.

최우수상은 이선진 감독의 ‘그대와 둘이’(일반부)와 김태훈 감독의 ‘엄마의 레시피’(청소년부)에 주어졌다. ‘그대와 둘이’는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던 여성이 한식을 통해 옛 연인과 재회하는 내용을 담았고, ‘엄마의 레시피’는 돌아가신 엄마가 생전에 남긴 레시피대로 된장찌개를 먹는 아들의 모습을 통해 엄마의 영원한 사랑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우수상은 박대휘, 윤유림 감독의 ‘한(恨)식’(일반부)과 이소영 감독의 ‘두드림’(청소년부)이 각각 받았다. ‘한(恨)식’은 일제 강점기 독립투사를 통해 한식에는 우리 정신과 역사가 담겨 있음을 담아냈고, ‘두드림’은 어린 시절 색종이로 표현한 한식을 고교생이 돼서는 직접 만들어본다는 내용이다. 특별상은 한식 맛의 비밀을 찾아 헤매던 주인공이 마침내 가족의 정에서 발견한다는 내용의 양진열 감독의 ‘한식:뜻밖의 여정’에 수여됐다.

문인대 한식 29초영화제 심사위원장(서울예술대 영화과 교수)은 “예년보다 작품의 질이 향상됐고, 주제에 대한 연구와 고민도 깊어졌다”며 “수상작들은 한식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지 아나운서의 사회로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시상식은 뮤지컬 갈라 콘서트로 열기가 고조됐다. 참석자들은 추첨을 통해 갤럭시S5, 갤럭시기어, 아이패드, 영화관람권 등을 경품으로 받았다.

강민수 한식재단 이사장은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세계인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2시간짜리 한식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유근석 29초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한식을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한 콘텐츠를 확보하게 돼 기쁘다”며 “29초영화제는 이처럼 무심코 지나친 일상에서 의미를 찾아내 재미있게 기록하는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