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0 대 1867'의 매도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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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증권부 기자 why@hankyung.com
“실적이 악화되는데도 매수 의견만 제시하는 투자 의견을 누가 믿을까요?”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만난 투자자 A씨는 증권사 주식분석 보고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증권회사들의 투자 의견에 ‘매도’는 보이지 않고 ‘매수’만 존재하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올해는 드디어 국정감사의 도마에까지 올랐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5대 대형 증권사(대우·우리투자·삼성·한국투자·현대)가 최근 3년간 발행한 2만7003건의 기업조사 분석자료 중 ‘매도 의견’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들이 낸 2만1222건의 리포트 가운데 매도 의견은 8.8%(1867건)였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손톱 밑 가시가 아니라 더 큰 가시”라며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감이 마무리된 27일까지도 금융위가 대책을 마련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문제의 원인을 알지만 시장 자율로 해소해야 할 부분이어서 뾰족한 대응 방안이 따로 없다”며 “매도리포트 의무 비율을 당국이 강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매수리포트가 남발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주요 고객인 연기금 등의 펀드매니저가 매수한 종목을 팔라고 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상장사들 역시 부정적 의견이 제시되면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일부 기업은 애널리스트의 기업탐방을 거절하며 해외 기업설명회 초청 대상에서 빼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매수리포트만 존재하는 증권리포트를 신뢰하긴 어렵다.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의 영향력만 강화되는 자승자박이 아닐 수 없다.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주식시장 활성화도 요원할 따름이다. 증권사는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드는 반쪽짜리 발행을 중단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증시를 해치는 행위라고 목소리만 높일 게 아니라 ‘큰 가시’를 뽑는 행동이 필요하다. 신뢰를 잃은 시장은 더 이상 시장으로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허란 증권부 기자 why@hankyung.com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만난 투자자 A씨는 증권사 주식분석 보고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증권회사들의 투자 의견에 ‘매도’는 보이지 않고 ‘매수’만 존재하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올해는 드디어 국정감사의 도마에까지 올랐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5대 대형 증권사(대우·우리투자·삼성·한국투자·현대)가 최근 3년간 발행한 2만7003건의 기업조사 분석자료 중 ‘매도 의견’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들이 낸 2만1222건의 리포트 가운데 매도 의견은 8.8%(1867건)였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손톱 밑 가시가 아니라 더 큰 가시”라며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감이 마무리된 27일까지도 금융위가 대책을 마련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문제의 원인을 알지만 시장 자율로 해소해야 할 부분이어서 뾰족한 대응 방안이 따로 없다”며 “매도리포트 의무 비율을 당국이 강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매수리포트가 남발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주요 고객인 연기금 등의 펀드매니저가 매수한 종목을 팔라고 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상장사들 역시 부정적 의견이 제시되면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일부 기업은 애널리스트의 기업탐방을 거절하며 해외 기업설명회 초청 대상에서 빼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매수리포트만 존재하는 증권리포트를 신뢰하긴 어렵다.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의 영향력만 강화되는 자승자박이 아닐 수 없다.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주식시장 활성화도 요원할 따름이다. 증권사는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드는 반쪽짜리 발행을 중단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증시를 해치는 행위라고 목소리만 높일 게 아니라 ‘큰 가시’를 뽑는 행동이 필요하다. 신뢰를 잃은 시장은 더 이상 시장으로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허란 증권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