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연내 통합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조기통합에 반대하며 대화에 응하지 않던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조기통합을 포함해 모든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환영한다”면서도 노조 대화와는 별개로 29일 이사회를 열어 통합을 의결할 계획이다. 이 경우 노조와 또다시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통합의 변수로 꼽힌다.
하나금융 29일 이사회…통합 의결키로
○외환 노조, “조기통합 논의”

외환은행 노조는 28일 서울 명동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 큰 결단을 내려 조기통합을 포함한 모든 의제를 논의하는 대화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김근용 노조위원장은 “외환은행 직원과 조직, 나아가 한국 금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며 “2·17 합의서를 뛰어넘어 직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2·17합의를 바탕으로 한다”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5년 독립경영 보장을 근거로 조기통합 논의 자체를 거부하던 기존과는 다른 입장이다.

두 은행의 통합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큰 이슈가 되지 못하면서 노조의 동력이 떨어진 점, 외환은행이 노조 조합원 총회 참석자 징계 규모를 900명에서 38명으로 크게 줄인 점이 노조를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측은 일단 “외환은행 노조의 대화 제의를 환영한다”며 “현재의 어려운 금융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자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내용의 진전 없이 통합 절차만 지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의도가 통합 절차를 지연시키자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노조의 태도 변화는 일단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29일 통합 이사회…또 다른 변수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의 대화 제의와는 별개로 당초 예정대로 29일 이사회를 열어 두 은행 통합을 의결하기로 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이사회가 각각 통합을 의결한 뒤, 하나금융이 이사회를 열어 통합을 의결하는 절차를 밟는다. 하나금융은 29일 이사회 의결 후 늦어도 11월 초 금융위원회에 합병예비인가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신청 후 승인까지 보통 60일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합병에 대한 하나금융의 의지를 보여주는 일정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2016년 시작되는 계좌이동제에 대비하려면 내년까지는 전산통합을 완료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연내에 통합이 완료돼야 한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그러나 이 경우 노조와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노조와 대화를 진행하되 합병을 위한 절차 또한 함께 추진한다는 ‘두 갈래 전략’을 펴고 있지만 노조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김 노조위원장은 이날 “일방적으로 통합절차를 진행한다면 대화 의지가 없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나금융 또한 국감 이후 주도권을 잡았다는 판단에 따라 대화에 연연하기보다는 합병을 강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경우 또다시 노조와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