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속 단비' SK이노베이션, 석유개발·화학 덕에 적자 탈출
원유 정제 마진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SK이노베이션이 석유개발과 비(非)정유사업 덕에 1분기 만에 영업적자 늪에서 탈출했다. 정유 업계가 고도화시설 등 정유 설비투자에 집중해온 것과 달리 석유개발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선 효과를 본 것이라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매출 16조6084억원과 영업이익 488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84.6% 급락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정유 업황 부진을 딛고 한 분기 만에 흑자전환을 이룬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42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국제유가 하락의 여파로 정유 부문 부진은 지속됐다. 정유 부문의 3분기 영업손실은 2261억원으로 2분기(2149억원 적자)보다 더 늘었다. 6월 말 배럴당 110달러 선이던 두바이유 가격이 9월에는 90달러대로 뚝 떨어지는 바람에 원유 재고 비용 등이 늘어나 손실을 키웠다.

반면 석유개발 부문은 미국 석유광구 인수 등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121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로 30년째를 맞은 석유개발사업은 2010년 말부터 분기별로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50% 안팎으로 알짜사업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종현 선대 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발로 뛰며 일으킨 대표적인 사업이 석유개발사업”이라며 “미국 광구와 베트남 광구 등의 성과가 커지고 있어 석유개발사업이 주력 사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부문도 흑자전환에 한몫했다. 파라자일렌의 가격이 반등한 덕분에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이 2분기 588억원 흑자에서 3분기에는 1308억원으로 122%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의 역발상 경영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3, 4년 사이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 투자는 최소화하고 파라자일렌, 윤활기유 등 비주력 사업에 집중한 것이 최악의 정유업황 환경에서도 흑자를 일군 배경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은 벙커C유를 재가공해 윤활유 등을 뽑아내는 고도화시설에 2조~4조원의 거액을 쏟아부었으나 SK이노베이션은 비정유사업에만 10조원가량을 투자했다.

이 때문에 정유업황이 악화되면서 GS칼텍스 에쓰오일 등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544억원과 39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2분기 71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GS칼텍스도 3분기에 670억~81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망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