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래동에서 전용 55㎡의 소형 아파트를 세주고 있는 직장인 황모씨(38)는 반전세(보증금 7000만원·월세 60만원) 세입자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 한 달 전부터 집이 비었으나 아직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신 하루에 10여통씩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우니 반전세를 순수전세로 전환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공인중개사들의 전화만 걸려온다. 황씨는 “원하는 전세 보증금에 세입자를 맞춰준다며 집값의 90%에 가까운 3억원을 제시한 중개사도 있었다”며 “중개사가 전세 거래를 유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저금리에 따른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부동산 중개업소 등 거래 현장은 여전히 전세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세입자들이 월세에 부담을 느껴 전세를 찾는 것도 한 원인이지만 반전세 등 월세 거래보다 높은 전세 거래의 부동산 중개보수가 더 큰 이유로 꼽힌다.

반전세인 황씨의 아파트 부동산 중개보수를 결정하는 거래금액은 월세 60만원에 100을 곱한 6000만원에 보증금 7000만원을 더한 1억3000만원이다. 여기에 1억~3억원 미만 임대차 거래금액의 상한 요율인 0.3%를 곱하면 중개보수는 최대 39만원에 그친다.

반면 3억원의 순수전세로 계약하면 3억원 이상 임대차 거래금액의 상한 요율 0.8을 곱한 중개보수는 최대 240만원에 달한다. 중개사들이 보증금을 끌어올려서라도 집주인들에게 전세계약을 권하는 이유다.

특히 물건이 귀한 전세는 세입자보다 중개사들이 우월적 지위에 있는 탓에 거래금액에 상한 요율을 곱한 최대 보수를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중개사는 “전세는 5~10명씩 계약 희망자들의 연락처가 담긴 대기 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귀하다”며 “전세계약을 성사시키면 기존 중개보수에 추가 성공보수를 주겠다는 세입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