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도산 '사상 최다'…1000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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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경기 금융위기 때보다 나빠
개인 회생·파산도 12만5000건
세월호 등 여파 자영업자 파산 급증
'빚 탈출' 개인회생 2008년 이후 최저
개인 회생·파산도 12만5000건
세월호 등 여파 자영업자 파산 급증
'빚 탈출' 개인회생 2008년 이후 최저
스마트폰 충전기 등을 만들어 팬택에 공급하던 A사는 최근 빚을 감당하지 못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팬택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여파였다. 대표가 법인과 연대보증을 서고 있었기 때문에 법인회생뿐만 아니라 대표 명의의 개인회생도 함께 신청했다.
서울 송파구 B카센터도 최근 법인회생과 대표 개인회생을 함께 신청했다. 고급 승용차 튜닝을 주업으로 하던 이 회사는 한때 직원을 10명 가까이 둘 정도로 호황이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튜닝 수요가 줄어들어 폐업 위기를 맞았다.
올해 법원에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한 법인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대법원은 올 들어 3분기까지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도산 신청이 1037건에 달했다고 28일 밝혔다. 2008년 이후 3분기까지 1000건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산은 회생 신청과 파산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개인이 신청한 회생·파산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법원이 접수한 개인 도산 신청은 3분기까지 12만4949건이었다.
이 같은 양상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들이 대거 도산신청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 주로 도산을 신청했지만 최근에는 경기 침체로 내수시장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소규모 기업은 대표가 연대보증을 서는 경우가 많아 개인 도산을 함께 신청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기계·소방 설비 관련 공사를 하는 C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자산 4억원의 18배에 달하는 부채(72억원)를 견디지 못하고 최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일감을 준 원청업체의 요청에 따라 빚을 내가며 공사를 했지만 원청업체가 경영난에 빠져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동 대표이사인 남모씨와 황모씨도 회사 채무에 대해 연대 보증을 선 탓에 개인회생 신청을 냈다.
세월호 참사 여파도 컸다. 서울 강남구에서 돌잔치 뷔페 영업을 하던 D사는 지난해부터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최근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다. 인건비와 식자재비는 오르는 반면 손님은 갈수록 줄어들고 업계 경쟁도 심해진 게 원인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터진 세월호 사고로 돌잔치 행사예약이 급격히 줄어든 게 결정타가 됐다. 이들 업체에는 수백명의 예약자가 있었지만 계약금조차 제대로 돌려주기 어려워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관계자는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교회, 재단 등에서도 도산신청이 많이 들어온다”며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도산절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고는 있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부채에 시달리는 사람 중에 5분의 1 정도만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게 법원의 추정”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계획대로 빚 탈출에 성공하기도 어렵다. 지난 3분기까지 인가기준에 맞춰 부채를 상환한 사람은 4만1081명으로 2008년 이후 가장 적었다. 법원은 개인회생 신청자를 대상으로 “일정 기간 빚을 최대한 갚겠다”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을 받은 뒤 실제 계획대로 이행하면 나머지 빚을 탕감(채무 강제 조정)해준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법인이 도산하면 대표뿐 아니라 근로자도 사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법인도산과 개인도산 건수가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효종 변호사는 “중국이 치고 올라와 제조·조선·건설·해운업계 대기업이 고전하면서 하도급업체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서울 송파구 B카센터도 최근 법인회생과 대표 개인회생을 함께 신청했다. 고급 승용차 튜닝을 주업으로 하던 이 회사는 한때 직원을 10명 가까이 둘 정도로 호황이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튜닝 수요가 줄어들어 폐업 위기를 맞았다.
올해 법원에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한 법인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대법원은 올 들어 3분기까지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도산 신청이 1037건에 달했다고 28일 밝혔다. 2008년 이후 3분기까지 1000건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산은 회생 신청과 파산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개인이 신청한 회생·파산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법원이 접수한 개인 도산 신청은 3분기까지 12만4949건이었다.
이 같은 양상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들이 대거 도산신청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 주로 도산을 신청했지만 최근에는 경기 침체로 내수시장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소규모 기업은 대표가 연대보증을 서는 경우가 많아 개인 도산을 함께 신청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기계·소방 설비 관련 공사를 하는 C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자산 4억원의 18배에 달하는 부채(72억원)를 견디지 못하고 최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일감을 준 원청업체의 요청에 따라 빚을 내가며 공사를 했지만 원청업체가 경영난에 빠져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동 대표이사인 남모씨와 황모씨도 회사 채무에 대해 연대 보증을 선 탓에 개인회생 신청을 냈다.
세월호 참사 여파도 컸다. 서울 강남구에서 돌잔치 뷔페 영업을 하던 D사는 지난해부터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최근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다. 인건비와 식자재비는 오르는 반면 손님은 갈수록 줄어들고 업계 경쟁도 심해진 게 원인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터진 세월호 사고로 돌잔치 행사예약이 급격히 줄어든 게 결정타가 됐다. 이들 업체에는 수백명의 예약자가 있었지만 계약금조차 제대로 돌려주기 어려워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관계자는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교회, 재단 등에서도 도산신청이 많이 들어온다”며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도산절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고는 있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부채에 시달리는 사람 중에 5분의 1 정도만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게 법원의 추정”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계획대로 빚 탈출에 성공하기도 어렵다. 지난 3분기까지 인가기준에 맞춰 부채를 상환한 사람은 4만1081명으로 2008년 이후 가장 적었다. 법원은 개인회생 신청자를 대상으로 “일정 기간 빚을 최대한 갚겠다”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을 받은 뒤 실제 계획대로 이행하면 나머지 빚을 탕감(채무 강제 조정)해준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법인이 도산하면 대표뿐 아니라 근로자도 사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법인도산과 개인도산 건수가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효종 변호사는 “중국이 치고 올라와 제조·조선·건설·해운업계 대기업이 고전하면서 하도급업체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