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Mr. 마켓에 물어봐"…변덕 장세 뚫고갈 핵심株는
증권분석의 창시자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은 주식시장을 '미스터 마켓'(Mr. Market)이라는 인물로 표현했다. 주식시장은 이 미스터 마켓처럼 매우 변덕스럽기 때문에 자칫 시세에 휘둘리다 보면 손해보기 쉽다는 말이다.

최근 국내 증시도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변덕스러운 모습이다.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금리인상, 국제유가 하락까지 겹치며 대외 변수가 산재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기업의 실적이 부진한 것도 증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전략을 짜기 쉽지 않은 상황인만큼 시장 주도세력인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동향을 살펴 모멘텀(동력)이 확실한 종목을 선별하라고 조언했다.

◆ 외인, IT·유틸리티…기관, 모멘텀株 선호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주요 매수 주체인 외국인은 올해 업종 대표주 중심으로 인덱스 매매를 이어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IT와 유틸리티 비중이 높은 가운데 연초 이후, 하반기 이후, 최근 1개월 간 누적 순매수(금액 기준) 1위는 삼성전자다.

최근 1개월만 놓고보면 삼성전자 외에 한국전력, LG전자, 삼성전자 우선주, CJ제일제당 등이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만도, 하나금융지주, 효성, OCI 등도 외국인이 주목한 업종이다.

반면 기관은 인덱스 매매보다는 성장 모멘텀을 보유한 종목 중심으로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연초 이후, 하반기 이후 누적 순매수 1위는 NAVER.

최근 1개월 간은 한국전력을 가장 많이 매수했다. SK하이닉스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도 5위권 안에 포함됐다. 이밖에 삼성화재현대모비스, LG생활건강 등도 담았다.

외국인과 기관의 러브콜을 받은 종목들의 주가 등락률은 다소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연초 이후 20% 이상 주가가 떨어진 반면 한국전력은 34% 뛰었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도 20% 넘게 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은 148% 급등했다.

증시 조정이 본격화됐던 지난 9월부터 최근 1개월 간 주가 등락률을 살펴봐도 삼성전자는 8% 하락한 반면 한국전력은 1% 밀려 선방했다. SK하이닉스도 0.6% 하락하는데 그쳤다. 아모레퍼시픽은 5.3% 상승했다.

이윤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관의 경우 시장 방향성에 투자하기 보다는 주요 이슈와 트렌드 변화 주도주를 중심으로 매매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의 경우 연초 이후나 하반기 이후 양호한 상승률을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FOMC와 중간선거, 유럽의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당분간 증시 변덕이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주목하고 모멘텀이 확실한 종목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연말까지 지속 가능한 시장의 핵심 이슈는 '배당·지배구조 변화', 바이오헬스케어, 차이나 인바운드 등"이라며 현대글로비스, SK C&C, 한국전력, 한전KPS,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호텔신라를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 모멘텀 앞서 '실적 안정' 확인…이번주 정점

전문가들은 다만 모멘텀 위주의 선별에 앞서 중요한 건 실적 안정성이 뒷받침된 종목을 우선 추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위축돼왔던 투자심리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이후 증시는 대외 불확실성 외에도 실적에 대한 부담을 반영해왔다"며 "이번 주 중 실적 불확실성의 정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및 전분기와 비교해 개선되는 것은 운송, 내구소비재, 호텔레저, 유통, 음식료로 한정된다. 이중에서도 연초와 비교해 실적 성장세가 유지되는 건 운송과 식음료 정도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11월 추천 업종은 금융, 유틸리티, 음식료"라며 한국전력, KB금융, 신한지주, 호텔신라, CJ제일제당 등을 제시했다.

그는 하지만 "이익 모멘텀이 존재하는 기업의 단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경우 투자자 관심이 돌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