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원조 성공 사례] 세네갈 8만여명에 생명수…"에비앙보다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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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ODA 현장을 가다 (상) KOICA 세네갈 식수개발 사업
지난 23일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 7시간 동안 사막을 달려 도착한 밸리 나마리 마을. 에볼라 그림자가 드리워진 시내와 달리 이 마을은 활기찼다. 37도가 넘는 폭염을 참지 못한 아이들은 맨발로 달려나와 물놀이를 했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 식수개발사업 단장인 정락명 동부엔지니어링 전무는 한때 이가 득실댔던 아이의 새까만 곱슬머리를 쓰다듬었다. 씻을 물은커녕 마실 물도 모자랐던 주민들은 원인 모를 병으로 자주 아팠다. 온몸에 난 부스럼에서는 진물이 흐르고 피고름이 났다.
정 단장은 “이제 물이 제대로 공급돼서 다행”이라며 “전염병이 무서웠다면 애초에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마을을 바꾼 한국형 원조
KOICA는 2011년 8월부터 세네갈의 12개 마을에 우물을 파고 110개의 더 작은 ‘위성마을’마다 물길을 텄다. 마을 한복판에 태극기가 새겨진 15m 높이의 식수탑을 세우고 펌프와 발전기를 설치했다. 정부가 405만달러(약 43억원)를 지원하고 동부엔지니어링이 민간 사업체로 참여했다. 설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정비하기 쉽도록 공사는 현지 시공기업에 맡겼다. 정부의 지원과 국내 기업의 기술력, 현지 노동력 세 가지가 결합된 ‘한국형 공적원조(ODA)’ 사례다.
38개월 만에 완성된 관정(우물)은 이날 ‘통수식(通水式)’을 하고 본격적으로 물을 퍼올렸다. 8만3000여명에게 생명수가 수혈됐다. 주민들은 소떼 500여마리를 몰면서 퍼레이드를 열고 세네갈 전통 북인 탐탐과 젬베를 두드리며 환호했다. 이곳 주민인 마포이 알파는 수돗물을 한 컵 마시며 “에비앙(프랑스의 고급 생수 브랜드)보다 더 맛있는 물”이라고 했다.
물은 주민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부녀회장인 카디아타 소우는 “이제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서너 시간을 걸어 물을 긷지 않아도 된다”며 “부녀자들은 마음껏 빨래와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게 됐다”고 했다. 농업 용수 공급으로 생산성이 증대되면서 주민들의 소득은 늘어났다. 수돗가는 마을회의와 문화 공연이 열리는 주민센터가 됐다. 주민들은 물을 아끼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도관에 자물쇠를 채우고 하루에 두 번 시간제로 물을 받는다. 이 마을 족장인 시다티 소우는 “우리 마을은 아프리카의 꼬레아(한국)로 다시 태어났다”며 “한국이 죽음의 땅이었던 아프리카를 생명의 땅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에볼라에 맞서는 사람들
밸리 나마리 마을의 사례는 척박한 원조 환경에서 일궈낸 성과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세네갈 원조 규모는 3168만달러(약 333억원)로 이 중 무상 지원액은 약 20%인 548만달러(약 58억원)다. 중국, 미국, 일본 등 원조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파견 인력도 부족하다. 지난 8월 세네갈에서 첫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뒤 KOICA 봉사단원 20명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곳에 파견된 전 세계 국제기구 중 자진 철수자가 나온 곳은 한국뿐이다. 기간을 채우겠다던 학생들도 부모들의 걱정 때문에 결국 한국으로 돌아갔다. 남겨진 단원들은 에볼라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동요와 우려 속에서 싸우고 있다. 송기정 KOICA 세네갈 사무소장은 “현장을 지킨 단원들은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휴일도 반납했다”며 “이들 덕분에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었다”고 했다.
세네갈은 지난 21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에볼라 퇴치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두 달째 보충 인력을 파견하지 못하고 있다. 지원자를 찾기 어려운데다 국민을 사지(死地)로 몰아넣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신종원 세네갈 대사는 “국민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ODA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사명감을 가진 단원들이 많아져 한국 원조가 질적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카르=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정 단장은 “이제 물이 제대로 공급돼서 다행”이라며 “전염병이 무서웠다면 애초에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마을을 바꾼 한국형 원조
KOICA는 2011년 8월부터 세네갈의 12개 마을에 우물을 파고 110개의 더 작은 ‘위성마을’마다 물길을 텄다. 마을 한복판에 태극기가 새겨진 15m 높이의 식수탑을 세우고 펌프와 발전기를 설치했다. 정부가 405만달러(약 43억원)를 지원하고 동부엔지니어링이 민간 사업체로 참여했다. 설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정비하기 쉽도록 공사는 현지 시공기업에 맡겼다. 정부의 지원과 국내 기업의 기술력, 현지 노동력 세 가지가 결합된 ‘한국형 공적원조(ODA)’ 사례다.
38개월 만에 완성된 관정(우물)은 이날 ‘통수식(通水式)’을 하고 본격적으로 물을 퍼올렸다. 8만3000여명에게 생명수가 수혈됐다. 주민들은 소떼 500여마리를 몰면서 퍼레이드를 열고 세네갈 전통 북인 탐탐과 젬베를 두드리며 환호했다. 이곳 주민인 마포이 알파는 수돗물을 한 컵 마시며 “에비앙(프랑스의 고급 생수 브랜드)보다 더 맛있는 물”이라고 했다.
물은 주민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부녀회장인 카디아타 소우는 “이제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서너 시간을 걸어 물을 긷지 않아도 된다”며 “부녀자들은 마음껏 빨래와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게 됐다”고 했다. 농업 용수 공급으로 생산성이 증대되면서 주민들의 소득은 늘어났다. 수돗가는 마을회의와 문화 공연이 열리는 주민센터가 됐다. 주민들은 물을 아끼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도관에 자물쇠를 채우고 하루에 두 번 시간제로 물을 받는다. 이 마을 족장인 시다티 소우는 “우리 마을은 아프리카의 꼬레아(한국)로 다시 태어났다”며 “한국이 죽음의 땅이었던 아프리카를 생명의 땅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에볼라에 맞서는 사람들
밸리 나마리 마을의 사례는 척박한 원조 환경에서 일궈낸 성과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세네갈 원조 규모는 3168만달러(약 333억원)로 이 중 무상 지원액은 약 20%인 548만달러(약 58억원)다. 중국, 미국, 일본 등 원조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파견 인력도 부족하다. 지난 8월 세네갈에서 첫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뒤 KOICA 봉사단원 20명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곳에 파견된 전 세계 국제기구 중 자진 철수자가 나온 곳은 한국뿐이다. 기간을 채우겠다던 학생들도 부모들의 걱정 때문에 결국 한국으로 돌아갔다. 남겨진 단원들은 에볼라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동요와 우려 속에서 싸우고 있다. 송기정 KOICA 세네갈 사무소장은 “현장을 지킨 단원들은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휴일도 반납했다”며 “이들 덕분에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었다”고 했다.
세네갈은 지난 21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에볼라 퇴치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두 달째 보충 인력을 파견하지 못하고 있다. 지원자를 찾기 어려운데다 국민을 사지(死地)로 몰아넣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신종원 세네갈 대사는 “국민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ODA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사명감을 가진 단원들이 많아져 한국 원조가 질적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카르=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