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부재' SK, 사업 재편 속도낸다
SK그룹이 정유와 통신 등 주력 사업이 부진한 지금의 경영상황을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진단하고, 강력한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기로 했다. 또 그룹 차원의 창조경제혁신추진단을 만들기로 했다.

SK그룹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은 28~29일 이틀 동안 경기 용인시 SK아카데미에서 ‘2014 CEO 세미나’를 열어 경영위기 극복 방안 등을 논의했다. 세미나에는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사진)과 구자영 글로벌성장위원회 위원장(SK이노베이션 부회장), 김재열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임형규 ICT위원회 위원장 등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들과 박장석 SKC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참가했다.

SK 측은 이 자리에서 “경영진이 지금은 단순히 업황부진 수준이 아니라 최태원 회장의 장기 부재로 인해 기업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접근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전략적 혁신을 통한 강력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최 회장이 주변 우려에도 인수를 강행한 SK하이닉스는 1조원이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내며 고속질주하고 있으나 주력사인 SK이노베이션은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서 보듯, 기존 방식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룹 관계자는 “핵심 경영진이 최근 상황을 그만큼 절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적자 사업부는 시장논리에 맡기기로 한 2002년 제주선언 이후 가장 강도 높게 변화의 메시지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앞으로 기존 사업 범주를 벗어나더라도 과감한 인수합병(M&A)이나 조직 통폐합, 매각 등으로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는 혁신적인 위기 대응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김 의장은 “어떤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과제”라며 “최 회장이 강조한 치열함과 냉철함에 입각해 사업구조 혁신을 통해 초일류기업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SK는 창조경제혁신추진단도 발족시키기로 했다. 지난 10일 출범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발전방안을 발굴하고 추진하기 위한 조치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